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우리가 자유를 갈망하는 증거

안동꿈 2016. 5. 1. 21:44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 매일의 습관으로 인해 개운하게 눈이 떠질 때가 있다. 더 잘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일어나서 어차피 해야 할 일들을 여유롭게 하나씩 해 나간다. 미뤄두었던 일도 있지만 아직 하지 않아도 될 일들도 챙겨서 해 두기도 한다.


늘 시간에 쫓겨 살다가 시간이 잠시 감시활동을 멈춘 동안, 자유롭게 일하는 그 시간에는 같은 일을 하지만 같은 마음 상태는 아니다. 두 세 시간 정도되는 이 여유로운 시간에 나는 참 행복해 진다. 그래서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그 시간에 홀로 깨어난다. 이것은 마음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욕구가 몸의 편안함을 갈망하는 욕구 못지 않게 강렬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시간'.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이 거대한 존재를 무척이나 괴롭게 한 것 같다. 분석하고, 연구하고 쪼개었다. 지금은 성격이 무척 괴팍해져서 우리를 무척이나 까다롭게

감시하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우리는 그의 긴박한 숨소리에 얼마나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해가 뜨고 세상이 밝아오면 몸이 저절로 깨어나고, 해가지고 어두워지면 몸은 잠이 들 준비를 하며, 때가 되면 식사를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노동을 하며 살아가던 시절. 그때는 시간과 아주 평화롭고 조화로운 관계였을 것이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관계란 그 상대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그것이 두렵고 불편한 존재가 되었을 때 그것은 시시각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시간' 의 존재를 계속 의식하며 사는 삶은 무척 고달프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세발의 틈바구니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출근시간이 있고, 버스시간도 있고, 공과금 납부기한도 있고, 회의 시간도 있고, 업무의 처리기한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하여 그 기한을 새롭게 만들어내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우리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욕심들을 정리하고 나면 이 '시간'과 악수하며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아주 부드러워져서 헐떡이던 숨소리를 잠잠히 하여 곁을 지키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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