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세상 향한 글쓰기

안동꿈 2022. 11. 14. 08:06

직장에서 하루짜리 줌교육을 신청했다. 코로나 이후 줌교육이 활성화된 것 같다. 줌교육은 처음이다. 딸에게 일찌감치 노트북에 줌세팅을 부탁했다. 교육을 이렇게 설레며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싶다. 강의명은 '세상 향한 글쓰기'. 세 분의 유명 작가가 강의를 한다.

남편 서재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펼쳤다. 책이 넘쳐서 바닥까지 점령한 정신없는 방인데, 내 뒷배경은 잘 정돈된 책꽂이 뿐이다. 감쪽같다. 마지막 강의인 강원국작가의 시간이었다. 강의 시작과 동시에 작가님이 나의 이름을 부르더니 '책이 굉장히 많으시네요.' 한다. 깜짝 놀랐다. 채팅창에 남편 방이라고 쓰려는데 타자가 늦어 놓치고 말았다. 졸지에 책 엄청 많이 읽는 여자가 되었다.

강의는 아주 흥미롭고 만족스러웠다.
앎이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고 성적 상위 0.1% 학생들은 이 메타인지 능력이 높다고 한다.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데 글쓰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내가 안다고 생각한 것을 막상 글로 쓰다 보면 확실히 아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글로 씀으로써 그것의 실체를 명확히 알게 되면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어느 작가의 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도록 버려두지 않고 마음에 담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가치있는 결론과 결단으로 매듭 짓는 일. 이것이 매일 또는 규칙적으로 글로 담아 남기는 일을 루틴으로 가진다면 어떤 위대한 스승, 친구보다 우리를 바르게 이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밀쳐 두었던 글쓰기.
바쁘고 골치아픈 일들 속에서 또 하나의 과제로 여겼었는데, 다시금 다정한 친구로 가까이 두기로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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