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좋은 직원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동꿈 2010. 1. 31. 16:18

금요일 저녁 7시 아직 사무실.

주말이라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찌감치 퇴근하였고, 몇몇 남은 직원들도 곧 갈거라며 저녁을 시키지 않는다. 태산같은 일을 오늘과 내일 중으로 해결하려면 오늘 야근은 필수. 혼자 저녁을 시켜서 먹고 있는데, 쓸쓸하고 처량한 마음에 머리까지도 협조를 안해주고 뇌리에 스치는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라는 귀절의 그 '눈물젖은 빵'이 자꾸 생각나서 밥맛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10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려면 먹어둬야겠기에 억지로라도 먹었다.

 

몇 명 남은 직원들도 다 퇴장하고 나니, 개인 난방은 절대 소지할 수 없고 중앙 난방도 꺼진 휑한 사무실에 무릎은 시리고 마음은 몹시 바빴다. 650여명 모집하는 일자리에 1차 접수기관에서 접수받은 신청자가 3500명을 넘어섰고 심사기준이 되는 항목들을 1차 접수기관에서 책크하여 왔지만 오류들이 없을 수 없으니 붙들고 시간과 씨름할 수 밖에 없었다. 

 

업무시간 중에 열심히 일하고 퇴근시간 이후는 가정에 충실한게 요즘 세태이고 나의 생각도 물론 그런데, 시기적으로 지금 몹시 바쁜 내 업무는 점심시간 한시간도 쪼개서 30분 만에 구내식당에서 급히 해결하고, 화장실 신호가 오면 짜증이 날 정도이니 밤에도 휴일에도 일할 수 밖에 없다. 올해 들어 토요일에 한번도 쉬지 못하고 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왜 가만있는 사람 발령을 내서 이 고생을 시키느냐고...

 

보통 발령이 나면 함께 근무하던 과장님과 직원들이 떡을 해서 새로 발령받은 부서로 직원을 보내주게 되는데 그때 새 부서 과장님이 전부서 과장님한테

" 좋은 직원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

" 여기서 쏙쏙 빼가셔놓고선 "

옆에 있는 인사 계장님이 한마디 거드신다.

" 우리과만 생각한 게 아니잖아요. 전체를 생각해서 그런거지요"

기분좋은 소리이지만 옆에서 듣기에 민망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의례 인사치례로 하는 소리가 아닌가 깨달아진다.

 

일이 아무리 힘겹고 고생스러워도 견뎌내게 하는 것은 누군가의 기대를 져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아닐까. 혼자 남아 일하는게 처량해서 그렇지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해결되어져가는 일을 보면 거기도 충분히 기쁨은 있다. 업무시간 중에 일을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에 대해서는 성실히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며, 그 투자한 시간과 실수는 반비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