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생일날 아이들이 준비한 이벤트

안동꿈 2010. 2. 14. 14:11

요즘 매일 늦은 퇴근을 하는 나에게 남편이 아침에 '오늘 저녁도 늦느냐? 어제 큰 딸 졸업도 했는데, 오늘 저녁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저녁 일을 장담할 수는 없어도, 최대한 빨리 오겠다고 약속하고 출근하였다.

 

점심때 쯤 폰으로 '고객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맞다, 오늘 내 생일이네. 아이들과 남편이 기억하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는 생일이니, 결혼기념일이니 하는 날을 특별히 기억하여 챙겨주지 않으면 섭섭해 하는 그런 사람이 못된다. 다만 아이들이 부모의 특별한 날을 기억하여 작은 정성이라도 표시하는 것이 그들의 도리이니 부모로서 마땅히 그들에게 가르쳐야할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내 생일은 늘 조용히 지나간다. 우리 가족외에 내 생일을 기억하기는 좀 어려운 사연이 있다.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이 태어난지 2년정도 지나 신고가 되었으니 내 생일과는 무관하고, 고향에서 어릴적 부모님이 챙겨주던 생일은 음력으로 찾아먹었고, 결혼하여 목사인 시아버지는 양력 생일을 확인하여 지키도록 하였으므로 지금의 내 생일에 이르렀다. 친정 식구들이나 친구들은 다들 나의 음력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 어렴풋이 지금은 그걸 안 지킨다고 알려줬을 뿐이다. 언젠가 절친이 나의음력 생일날 선물을 보내왔고, 그 친구에게 '결혼후 양력으로 지켜서 오늘 내 생일 아닌데' 얘기함으로서 절친의 내 생일 기억도 종쳤다.

 

오후에 갑자기 '행○○○부' 직원들의 점검이 있었고 함께 저녁식사를 해야할 상황이었다. 남편에게 '오늘 일찍 못갈 것 같다'고 얘기하였더니, 굉장히 난감해 하였다. 저녁 9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서니, 불꺼진 집 안에서 '엄마, 생일 축하해~' 함성과 함께 생일 축하 이벤트를 해주었다. 밖의 발소리에 귀 기울여가며 9시가 훨씬 넘은 시간까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린 이벤트였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방 선물과 편지들. 저 가방을 받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내가 저런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는줄 어떻게 알았지. 

 

오랜만에 어린아이처럼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