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큰 딸의 하얀 거짓말

안동꿈 2010. 2. 25. 23:45

올해 2월은 여러가지 행사가 많은 달이다. 두 딸의 졸업식, 나와 둘째 딸의 생일, 그리고 둘째딸 피아노 학원에서 하는 발표회까지.

 

큰 애 졸업식은 작은 애보다  열흘 정도 먼저 하였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큰애 졸업식은 일이 있으셔서 못오시고, 작은 애 졸업식에 참석한 후 맛있는 점심을 사주겠다고 큰 딸 졸업때부터 약속을 해 놓으셨다.

 

작은 애 졸업식을 마치고 할아버지를 따라 맛있는 고깃집을 찾아갔다. 아직 12시가 채 안된 시간인데도 자리가 없어서 번호표를 받고 20여분 기다리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2개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작은 딸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큰 딸과 우리부부가 같이 앉았다. 우리는 평소 습관대로 남편이 고기를 구우며 뒤집고 자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눈치없는 며느리라도 시부모님 옆이라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남편에게 작은 소리로 '오늘은 내가 고기를 굽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빙긋 웃는다. 그런데 옆에 있던 큰 딸이 큰소리로

" 아빠, 웬일로 오늘은 아빠가 고기를 구워?"

 

하마터면 남편이 웃음을 터뜨릴뻔했다. 나를 위해 웃음을 많이 참는것처럼 보였다. 평소 눈치없기로 유명한 큰 딸이 웬일로 저런 하얀 거짓말을 했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드려야 하는 시아버지. 열심히 고기를 굽고 계신 어머님께

"오늘은 내가 해볼까?"

그러신다. 손녀의 그 말에 멋적으셨던 모양이다. 어머님은 전혀 요동하지 않으신 채 그저 묵묵히 고기를 굽고 계실 뿐이었다.

 

이로 인하여 짐작하기는, 오늘도 여느때처럼 남편이 구워주는 고기를 먹으면서도 시부모님께는 언제나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먼저 챙겨주고 자기 배고픈 건 나중에 생각하는 착한(?) 며느리로 기억하시게 되었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좀 송구스러운 사연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