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내가 좋아하는 냄새

안동꿈 2010. 4. 17. 23:04

어릴적 해 지도록 골목이 시끌벅적하게 친구들과 놀 때,

담너머로 풍겨나오던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명절 즈음

풀 먹인 이불 호청을 방안 가득 펼쳐놓고 꿰매는 엄마 곁에서

뒹굴면서 맡은 그 상쾌한 냄새

 

중학교 새학기,

새로오신 짝사랑했던 영어 선생님에게서 늘 흘러나오던 향수 냄새

 

고교 야자시간

바깥 바람 쐐고 돌아온 친구에게서 나던 찬바람 냄새

 

쌔근쌔근 잠 든 아기

그 곁에서 풍겨나는 귀여운 젖 냄새

 

시장 어귀 지날 때

떡방앗간에서 흘러나오는 막쪄낸 떡 냄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학교앞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면 흘러나오는 행복한 커피 냄새

 

아이들 어릴적에 자주 갔던 시립도서관

그 오래된 책에서 나던 냄새

 

어느 봄날 찾아나선 낯선 동네 강둑길

혼자서 쬐던 따사로운 햇볕 냄새

 

봄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햇빛 쏟아지는 골목길에 늘어진 상큼한 넝쿨 장미 냄새

 

작열하는 태양의 여름

베어 놓은 건초더미 냄새

그 위에 머리를 기대며 생각하는 지난 추억 냄새

 

가을이 오면

소담스럽게 피어난 달콤 향긋한 국화 냄새

저녁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 

그리고 황혼,

 진짜 가을 냄새

 

겨울, 첫 눈

그 하얀 첫사랑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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