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모처럼 남편 후배가족과 저녁식사후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휴대폰이 갑작스런 문자 도착으로 경기를 일으킨다. '산불발생 전직원 즉시 ○○○로 집결 바람' 후배가족은 산불발생으로 여직원이 호출되어 가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고, 이제껏 산불발생에 이렇게 직원들이 호출되어 산불을 진화해야되는지 처음 알았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단단히 무장을 하고 집결지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남자 직원들은 물통을 지고, 여직원들은 갈퀴를 하나씩 받아들고 산불이 난 곳으로 올라갔다. 어둠속에서 작은 손전등 하나씩에 의지하여 올라가는 길에 큰 불을 정리하고 내려오는 소방대원들을 만났다. '우리는 큰 불을 정리했으니 얼른 올라가서 잔불 정리하고 오소' 한다. 야간산행이 처음인 나는 하늘에 별은 총총하고 동료들의 모습이 분간은 안가지만 목소리로 곁에 있음을 확인하며 걸을때 산불만 아니라면 무척 낭만적일거라는 상상을 잠시 하였다.
산 중턱까지 올라갔을때 매캐한 냄새와 함께 어둠속에서 잔불들이 띄엄띄엄 보였다. 잔불이 보이면 무조건 달려가서 발로 비비든지 갈퀴로 주변의 흙을 긁어 불을 덮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주변에는 용감무쌍한 여직원들이 남자직원들보다 더 많이 포진되어 있음을 알았다.
갑자기 저 멀리 잔불이 아닌 불길이 솟구치는게 보였다. 몇 직원들이 그쪽으로 달려가고 나도 급히 그리로 달려갔다. 물은 이미 다 써버리고 남아있는 물이 없었다. 한 여직원이 주머니에 넣어온 보약을 갖다 부었다. 그랬더니 순식간에 불이 꺼졌다. 불이 꺼진걸 확인한 후 돌아서다가 나는 그만 돌에 부딪혀 꽈당하고 엎어졌다. 턱과 무릎이 큰 돌에 부딪쳤다. 일어서기가 무서웠다. 산에서 넘어져 걸어서 내려오지 못한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들은터라 나도 그 꼴이 될까봐...
조심해서 일어섰더니 부딪친 곳이 몹시 고통스럽긴 했지만 걸을 수는 있었다. 주위에서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고 얼른 부축하여 데리고 내려왔다. 얼떨결에 내려왔는데, 밝은 곳으로 내려올수록 뭔가 허전하여 얼굴을 더듬어보니 안경이 없었다. 그때 시간이 밤 1시를 달려가고 있었다. 그 다음날 나는 안경점에서 새 안경을 맞췄다. 턱과 무릎도 걱정이 되어 정형외과를 찾아가 사진을 찍어 보았다. 별 이상은 없었다. 월요일 출근하였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괜찮냐'고 한다. 어둠속에서 일어난 일인데 다들 어찌 알고 '어휴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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