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아이들은 엄마의 블로그를 어떻게 읽을까

안동꿈 2010. 11. 24. 22:03

블로그를 한 지 1년하고도 한참이 지났다. 처음에 가족들에게 내 블로그에 대한 얘기를 했건만 관심이 없는 듯했다. 블로그의 색깔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정보 제공 보다는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서 일기장처럼 드러내 놓기가 쑥스러웠다. 그리고 익명의 사람들이 내 글을 보는 것과 매일 접하는 가족들에게 내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 놓는 건 서로 느낌이 달랐다.

 

먼저 관심을 가진 건 남편이었다. 공동으로 쓰는 거실의 컴퓨터에 즐겨찾기를 해 놓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가끔 자신의 이야기가 등장할 때 '내가 그랬나?' 이 정도의 반응외엔 별 반응이 없으니, 그다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 후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어느날 큰 아이가 자기의 이름이나 사진이 올라간 것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을 하는 것과 작은 아이가 어느날 '엄마. 나 엄마가 쓴 글 거의 다 읽었다' 이렇게 되어 온 가족에게 다 공개된 블로그가 되었다.

 

우리 세대야 비밀번호란 것이 진짜 목적보다는 요구하는 곳이 있으니 마지못해 만드는 것이어서 기억하기 좋은 걸로 만들게 된다. 엄마가 기억하기 좋은 비밀번호는 아이들도 금방 찾아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예 내 블로그에 객이 아닌 주인으로 당당히(?) 들어온다. 임시저장함에 넣어 놓은채 한참을 방치해둔 것중에 '아이들' 글자가 든 제목의 글을 왜 진행시키지 않느냐는 질책성 발언을 큰 아이가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 얘기를 쓸 때는 더 조심스럽고 긴장된다. 작은 애가 어느날 '엄마는 나보다 언니를 더 좋게 쓰고 말이야...'그런다.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고건 전 총리의 어린시절 얘기를 감명깊게 들은 적이 있다. 어린시절 그의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아들을 칭찬할 때 자신이 그 얘기를 들을 수는 있지만 아들이 듣지 않는 것처럼 칭찬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들은 본인은 무척 기분이 좋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도록 많이 노력하게 되더라고 한다. 부모가 자식들 앞에서 대놓고 칭찬을 하는 건 가끔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숨겨진 순수하지 못한 칭찬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그래서 고 건 전 총리의 부모님은 그런 사려깊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블로그 글은 아이들이 보기때문에 그들에 대한 글은 칭찬 혹은 질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칭찬은 고건 총리가 받았을 감동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블로그를 온통 아이들을 칭찬하는데 할당을 한다면 이웃블로거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아이들 얘기를 쓰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그것을 잘 이용할지를 적절히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 글마저도 아이들이 읽으면 나는 더 미궁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