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봄을 찾아 순매원에 다녀와서...

안동꿈 2011. 3. 10. 18:31

남편과 양산 순매원에 다녀왔다. 밤샘 비상근무의 대가로 하루의 휴가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길거리 나무들을 보아도 앙상한 가지엔 봄기운이라곤 보이지 않는데, 남편은 매화가 피었을거라고 가자고 한다. 부산을 벗어나 양산을 지나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니 확트인 시야에 저멀리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아늑한 고향같은 철길(알고보니 경부선, 기차가 자주 다닌다.)이 있고, 매화밭에 꽃망울을 터트린 매화들이 군데군데 서 있다. 매화가 활짝 피려면 며칠 더 있어야겠지만 방금 몽오리를 터트린 매화의 상큼한 향기는 긴긴 겨우내 기다려온 이들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이다. 

 

손안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디카를 든 사람은 나 뿐이고 모두들 들고 있기도 버거워 보이는 전문가용 수동카메라를 매화 꽃망울에 들이대느라 정신이 없다. 봄을 맞는 마음 가쁜 사람들이 이리 많으니 봄이 안올래야 안올 수 없겠다.

 

며칠 후면 매화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그땐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거라고 한다. 우연히 찾아왔는데 조용한 시간에 매화를 구경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놀라운건 이제껏 순매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물가가 올라 이천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공짜밥 이야기에 좀 놀랐다. 남편과 함께 이천원하는 밥도 먹고 파전도 먹고, 매실로 만든 반찬들 몇가지 사서 돌아왔다. 다니다 보니 들에 쑥이 나 있어서 남편은 차 안에 두고 혼자 쑥을 캐 왔으니, 나는 이제 봄 없이 여름이 온다해도 억울할 것 하나도 없는 마음일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