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학교 밥 맛있나?

안동꿈 2011. 8. 26. 08:29

고등학교 2학년인 큰 딸은 6시에 일어나서 등교 준비를 하고, 나는 6시부터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가끔 아침 반찬이 부실하다 싶으면 습관처럼 딸에게 묻는다.

"학교 밥 잘 나오나?. 맛있나?"

 "그럼. 학교에 밥 먹는 재미로 가는데..."

엄마에게 기분좋은 대답은 아니지만, 밥이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니 또한 만족스런 대답일 수도 있다.

  

직장내 어떤 이는 자녀가 학교급식이 맛 없어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여 아내가  매일 도시락을 싸준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아이 입맛을 너무 고급스럽게 만든 엄마 잘못'이라고 핀잔을 주기도 하였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학교급식이 보통 효자가 아니다. 고등학생이 되고보니 점심, 저녁까지 학교에서 먹게된다. 학교 급식의 질에 따라 우리 아이 건강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아침 댓바람부터 '학교 밥 맛있게 나오나?'라고 물을 수 밖에. 그것도 수시로 물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그리고 가끔 내가 해주는 반찬이 다소 부실해도 자책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도시락 싸던 세대인 우리들에겐 도시락 반찬으로 인해 의기소침했던 기억이 다들 있는 것 같다. 부자들이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소수이니, 나만 느꼈던 감정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예전엔 농사일 바빠서 자식들 도시락에 많은 정성을 쏟을 수도 없었으리라.

 

가끔 아이들 학교 급식소 정비 등으로 몇 주간 도시락을 싸야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 예전 기억을 더듬어 아이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도시락을 싸기도 했다. 물론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행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지 절감하게 된다. 급식이 이토록 절절하게 와닿는 학부모에게도 무상급식은 무심한 남의 얘기같다.

 

요즘 무상급식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전면 무상급식이냐, 일부 무상급식이냐가 주요 쟁점인것 같은데, 오세훈 시장의 패배는 시민들의 무상급식에 대한 관심이 투표소로 갈 번거로움 만큼도 안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