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은 주일마다 우리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오신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면 두어 시간 후에 전화를 주셔서 수고했다고 말씀하신다. 지난주에는 아버님이 전화를 주셔서
늘 그러듯이
" 야야, 니 고생많다." 그러신다.
그날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교회 뒷정리를 한 후라서 평소같으면 '괜찮아요. 아버님'하고 말것을.
" 아니에요. 늘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이 말에 아버님께서는 정말 기분 좋아하시면서 전화를 끊으셨다. 그리고 이번 주에 오셔서 나를 앉히시고, 아버님과 어머님의 마음 속 이야기와 또 앞날의 계획들을 들려주시면서 '니가 몸이 고될텐데도 즐겁게 하고 있다는 그 말에 참 마음이 놓이고 위로가 되더라'고 하신다.
나의 아침 기상시간은 오전 4시 40분. 5시에 있는 새벽기도에 가기 위해서이다. 가끔 너무 피곤하여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새벽기도에 빠지는 일은 없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에 오면 대게 6시쯤 된다. 그때부터 아침 식사준비를 한다. 고딩 큰 딸은 6시부터 등교 준비를 하고, 6시반쯤 같이 식사를 하고 나는 그 이후 출근준비를 하여 7시가 조금 지나면 같이 집을 나선다.
직장 출근시간은 9시지만, 8시 전에 출근을 한다. 일찍 출근하면 좋은 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교통이 번잡한 시간을 피하기 때문에 출근시간이 단축되고, 늘 일찍 출근해있는 나를 보고 상사나 직원들이 실제의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조용한 아침 시간에 하루의 계획도 훝어보고, 사이버 교육도 듣고, 책을 읽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그 시간은 내게 그 어떤 것보다도 즐거운 시간이라는 것이다.
토요일은 교회 청소와 주일 점심 식사를 위해 장을 보러 간다. 스물에서 서른명 분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 주중에, 주일 반찬 메뉴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고, 토요일에 고심하여 생각해내는 경우도 있고, 더러는 일단 시장을 둘러보고 풍성해 보이거나 내 구미가 당기는 재료들이 눈에 띄어 즉석에서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여 국과 반찬 2가지가 결정된다.
주일에는 새벽기도 다녀와서 한숨 자고난 후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주일 점심을 준비하러 교회로 내려간다. 식사준비를 하다보면 권사님 한 분이 오셔서 함께 준비를 하게된다. 혼자하는 시간이든 함께하는 시간이든 나에겐 모두 즐거운 시간이다. 노동이 이렇게 즐거운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엔 잘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세상에는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즐거움, 편안함 그리고 환상적인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인적, 물적 투자가 끊임없이 엄청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맛보고 누리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적인 것처럼 달려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러나 거기서 누리는 즐거움도 남들이 생각하기에 '얼마나 고될까?'하는 나의 이 노동에서 누리는 즐거움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그 즐거움과 이 노동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몸이 고된건 마음이 고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몸이 고된 것이 마음을 고되게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고되면 몸은 자연히 고되게 되어있다.
나는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이 즐거움을 누구에게도 빼앗길 염려가 없다.
아버님의 마음에 합한 이 말은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좋아하실 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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