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친구와 만났다.
대학 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다녔던 친구. 그래서 같은과 친구중에 우리 둘의 이름을 바꾸어 부른 친구들도 몇 있다. 나는 결혼하여 아이둘이 딸려있고, 친구는 미혼이라 내가 시간날때만 가끔 만나는 형편이다.
토요일이라 우리가 자주가는 학교앞 커피숍도 젊은 애들로 붐볐다. 1층은 금연실이고, 2층은 흡연 가능한 곳이라 1층에 있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 2층에 갔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커다란 잔 가득 커피를 시켜 담고 우리들의 끝없는 얘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요즘 간접흡연의 해로운 점이 특히 강조되고 있어 흘러다니는 담배연기가 몹시 거슬렸다. 구석마다 앳된 얼굴, 애리애리한 몸매의 어린 아가씨들이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댄다. 친구에게 아가씨들을 턱으로 가리키며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무실에 우람한 체격의 우리 계장님은 오십대 중반의 나이에 평생에 피우던 담배를 끊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탁상달력에 하루하루 작대기를 그어가며 치열한 담배와의 사투를 벌이는 처절한 모습을 보노라면 그저 멋으로 담배를 입에댄 그 어린 아가씨들이 참으로 불쌍하다.
내게 담배라는 단어를 말하면 생각나는 작은 추억 한 조각이 있어 살며시 꺼내본다. 대학시절 한 주라도 최루탄 냄새를 맡지 않고 보낼 수 없었던 혼란한 시절이었다. 어느날 고향친구가 놀러와서 그의 친척 오빠와 함께 만나게 되었다. 그 친척 오빠는 운동권의 간부로 그 친구의 말로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한다며 철없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우리가 있던 곳에도 담배피는 여자들이 좀 있어서 갑자기 친구는 담배피는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 오빠에게 물었고 그는 생각할 여지도 없이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된다는 논리는 잘못됐다. 그러나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자기는 피우는 것에 반대다. 그리고 멋으로 피우는 것은 더 옳지 않다'고 얘기를 한다. 운동권이라면 머리보다 가슴을 앞세우며 감정적으로 대처한다고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의 비난을 받던 운동권 학생들. 그의 간단명료한 논리에 난 그만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다시 만날 수 없었으니, 약 사나흘밖에 못간 감정이지만 내겐 참 신선한 감정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리운 친구 앞에서 딴생각하니 미안했지만 '담배'라는 단어에 이런 신선한 추억 한조각 숨길 수 있으니 세상은 참 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