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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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리고 나

초등학교적 리코더에 얽힌 추억

안동꿈 2011. 11. 14. 08:55

그저께 부산리코더앙상블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리코더를 통해서 그토록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는 것에 큰 감동을 느끼며 들었다. 초, 중학교때 참 재미없는 리코더 수업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 기억을 완전히 날려버릴 만큼 아름다운 리코더 연주였다. 아이들 유치원 재롱발표회 후로 리코더 연주를 들을 기회가 없었을 뿐더러 이토록 프로패셔널한 리코더 연주는 처음 접했다. 

그 와중에도 나의 생각은 주책없게도 초등학교적 리코더의 안좋은 추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5학년쯤으로 기억된다. 어버이날을 맞아 학예발표회를 위하여 각 분야별로 아이들을 뽑아 연습을 하게 되었다. 마침 리코더합주반에 참가할 아이들을 뽑고 있었는데, 나는 학예발표회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에 번쩍 손을 들었다. 리코더 합주라면 당연히 리코더를 불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사실 리코더를 배운 적이 없는데도 학예회에 참가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 손을 든 것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남아서 리코더 연습을 하는데, 약 오,육십명 정도의 아이들이 한 반 가득 모여서 리코더를 분다. 나는 선생님의 눈치를 보면서 리코더 위에 손을 올려놓고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두어번 연습에 참여하고보니 도저히 선생님께 들킬까봐 계속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리코더 못 분다는 소리는 안하고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다른 것 하게해주라고 떼를 썼다. 그래서 거의 역할 분담이 끝난 연극반에 뒤늦게 참가하게 되었다. 뒤늦게 합류하였으니 주인공은 커녕 조연도 어려웠다. 겨우 대사가 한마디 정도 있는 '인형 3' 이라는 역할이 주어졌다. 어쩌면 연극반 선생님이 뒤늦게 연극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가진 아이가 들어와서 연극을 하고 싶어하니 역할을 만들어서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급히 인물을 하나 더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형 2까지 뿐인 연극인데 '인형3을 추가하였는지도...(아니 요건 순전한 내 생각일 뿐이다)

 

그 당시 내 키가 우리반에서 가장 크든지 아니면 나보다 1명정도 더 큰 아이가 있든지 하던 때였다. 그런데 인형 역할을 하니 어울릴 턱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많은 전교생중에서 선택되어 학예발표회에 참가한다는 우월의식에 열심히 연습하였고, 인형에 어울릴 만한 의상을 갖추기 위해 온 집을 뒤져 찾아냈고, 엄마에게 재봉틀로 손을 봐 주라고해서 갖춰입고 갔다. 그 웃은 아직도 색깔과 디자인과 몸에 붙은 귀여운 인형들이 모두 생각날 정도이다. 정작 연극을 봐야할 부모님은 농사일이 바빠 구경도 못하셨고, 우리들만의 축제가 되어 아직도 떠올려지는 추억이 되고있다. 

 

부산리코더앙상블의 아름다운 리코더 연주로 아득히 먼 초등학교적 추억이 꼬리를 물고 떠올라 이렇게 너스레를 떨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