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년이 막 지난 부부가 있다. 남편이 결혼 전부터 초까지 다니던 직장은 칼퇴근을 하여 부부가 오순도순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는 야근이 잦았단다. 하루이틀 정성스럽게 저녁을 준비하며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번번이 바람을 맞고부터는 저녁준비도 않고 혼자서 간단하게 때우게 되었다.
그것이 익숙하여졌을 때쯤 남편이 간간히 저녁을 먹지 않고 일찍 들어올 때가 있더란다. 그럴때면 짜증이 났다고 한다. 준비도 안된 저녁을 갑자기 차리려니 더욱이나 솜씨도 없는 초보 주부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닌게 사실이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저녁 좀 먹고 들어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이 순진한 남편이 일찍 퇴근하던 어느날 무심코 집에 들어가려다가 '아차. 밥 먹고 오라고 했지'하면서 집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삼각김밥을 두어개 사서 먹고 집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었던 것이니...
이 이야기는 듣는 사람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다분할 것 같다. 나는 일단은 '착한 남편'이라는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어쨌든 요즘은 이 집 아내가 정성껏 저녁을 잘 챙겨주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얘기를 남편이 했을 때도 아내는 그냥 한 소린데 정말 그렇게 할줄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내 직장 동료의 친구 남편 이야기이다. 고향 친구 여섯이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데 이번엔 진주에 사는 친구집에 모였다고 한다. 마흔 중반의 여인내들이니 아이들도 대충 컸고, 남편들도 떨쳐버린 홀가분한 모임에 자유롭게 영화도 보고 멋진 곳에 가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날의 주인장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더란다. 집에 있는 쌀로 가래떡과 과자를 만들어 놓았으니 친구들 집에 갈때 나눠주라는 것이었다.
평소 유별난 남편이긴 했지만 설마 하면서 집에 갔더니, 가래떡을 얼마나 뽑았는지 긴 가래떡 10개씩과 박상과자를 봉지봉지 담아 사람 수대로 쇼핑백에 정갈하게 담아 두었더란다. 아내와 친구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내와 친구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한 남편이 집에 있는 쌀을 퍼다가 가래떡과 과자를 만든것이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보고도 절한다'고 했던가. 아내가 예쁘니 아내 친구들에게도 저렇게 정성을 다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란다. 내 사무실 짝지는 집에 가서 남편에게 바가지만 한바가지 긁었다고...
여기 착한 남편 한 분 추가요. 어쩌다가 예상치 못하게 퇴근이 늦어질때, 버스가 마음처럼 빨리 움직이지 않을 때 걱정스런 마음으로 전화를 하면 '아이들은 밥 대충 챙겨줬다. 천천히 온나.' 하는 소리에 헐떡이던 숨을 고르면서 집에 도착한다. 들어서면서 '당신은 밥 먹었느냐'고 물으면 '같이 먹지뭐' 하는 남편. 고맙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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