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중이었다. 대화 도중 연말정산이야기가 나왔고, 형제가 여럿있는 우리 계장님은 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있고 그 동생이 부모님 공제를 받고 있다고 했다. 주위에서는 당연히 부모님을 모시는 자식이 공제를 받는게 맞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장남인 계장님은 부모님을 모시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덤덤하게 전화를 받는데, 어머니는 항상 '아이구 우리 큰 아들이구나...'하신다로 한다. 계장님이 그 말을 반복하시는데, 목소리가 여상치않아 고개를 들어 계장님을 봤더니, 눈이 약간 붉어진걸 알 수 있었다.
우리 계장님은 얼굴이나 외관에서 굉장히 날카롭고 냉정함을 풍긴다. 또한 평소 급한 성격을 자주 드러내시기 때문에 인간적인 면을 잘 느낄 수 없는데, '어머니'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이는 걸 보니 마음이 동했다.
가끔 듣는 계장님 가족들 이야기의 조각들을 맞추어보면 동생들이 자신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공의 길을 걷고 있고,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는 부담이 늘 삶에 흐르고 있지만 그 어머니의 큰아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신뢰에 늘 마음이 메인다는 것을 그 눈물이 말해 주었다.
이렇게 모든 자식에게 '어머니'는 마음 아픈 존재인가 보다. 쉰을 훌쩍 넘은 고목같은 중년의 마음에도 '어머니' 는 방금이라도 새순을 피울 것 같은 감성으로 불려지는 이름이다. 아내는 이해 못할 존재일지 몰라도 어머니는 이해가 되며 그 어머니를 눈물로 불려질 즈음에야 아내도 이해 할 수 있는 마음 한 켠이 마련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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