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무례한 일, 젊은 사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안동꿈 2012. 3. 9. 07:30

좌석버스를 타고 40여분 걸리는 나의 퇴근시간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가끔은 종일 지친 육신이 잠깐의 달콤한 잠으로 조금이나마 생기를 찾기도 하고, 아직 기운이 남아있는 날이면 책을 읽기도 하고, 성경구절을 외우기도 한다. 

 

'뭘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차에 올랐다. 요즘은 버스 도착시간까지 알려주니, 추위에 떨며 기다릴 필요가 없어 정말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날은 읽다만 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고 컨디션도 괜찮아 책을 펼쳤다. 그런데 책에 집중하려고 해도 뭔가 몹시 거슬리는 것이었다. 버스에서 켜주는 라디오라고 하기엔 소리가 좀 작고, 내용은 뉴스인 듯한데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들리도록 제법 큰 소리가 났다. 버스에서 흘러 나오는 라디오라면 음악이든 뉴스든 책을 덮고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기도 하다. 어차피 나의 일에 집중이 안된다면 그걸 선택하는 것이 나을테니까.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을 남들에게 방해가 되게 하다니... 책도 못 읽고, 잠을 잘 수도 없는 그 상황이 짜증이 났다. 그러나 요즘은 어느 누구도 공중 예절에 어긋난다고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그것은 다들 공감할 것이다. 그러한 현실이 또한 안타깝기도 했다.

 

어느덧 내 목적지가 다 되어 버스 뒷문으로 가던중 그 무례한 행동을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육십대 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무릎위에 올려놓은 채 고개는 정면을 향해 빳빳하게 들고 뉴스를 청취하고 있었다. 그는 왜 그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그의 얼굴에는 가장의 완고한 고집스러움이 풍겨져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모든 행동에 맞춰주고 참아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오랜 이기심이 나의 뒤통수를 치는데... 거기에는 젊은이들의 생각없는 이기심과는 또다른 늙은 이기심이 엿보여 마음이 언짢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