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주5일수업이 시행되면서 아이들까지 쉬게된 그야말로 확고한 휴일이 되었는데, 몇 년째 나에게 확고부동한 휴일이었던 토요일이 올해 서서히 금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학교가 본격적으로 주5일수업이 시작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도 2개의 토요스쿨 프로그램 종강과 1개 프로그램을 챙기고 4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빈자리가 많아 두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가방도 옆에 놓고 넓게 편안히 앉아 가고 싶어서였다.
조금 지나니까 대여섯살쯤 된 여자아이 손을 잡고 갓난아기를 앞에 안은 젊은 새댁이 버스에 탄다. 둘러보니 한 자리 좌석은 많이 비었는데 두자리 좌석은 모두 한 사람씩 앉아있다. 얼른 가방을 들고 '여기 앉으시라'고 하고 뒤로 갔다.
아이들이 어릴때 버스를 타면 옆에 나란히 앉아 이것저것 궁금한 것 물을때 대답도 해주고 또 엄마가 따로 떨어져 앉는것 보다 옆에 앉아 있으면 아이들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아 두자리 좌석이 늘 아쉬웠던 지난 시절 기억이 나서 그 아이와 아이 엄마에게도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 손잡고 탄 여자아이가 얼마나 해맑게 웃는지,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웃음에서 그보다 더한 감사를 받은 것 같았다. 엄마에게 창밖을 보면서 이것저것 묻는 모습도 무척 영특해 보였다. 조금 가다가 내릴때 또 돌아보면서 엄마따라 가는 모습에, 그 눈에서 나는 웬지 세상에 대한 신뢰를 봤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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