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가난이 불편이 아닌 불행인 시대

안동꿈 2012. 9. 1. 22:32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할 뿐이다'

어느 문장가의 언어적 유희일까.

 

 아니, 어쩌면 그동안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을 것이고 그것으로 저 문장은 충분히 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는 천인공노할 사건 앞에서 어디 화풀이 할데 없는 나에게는 저 문장이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다.

 

외면하고 싶지만 온 몸과 마음을 누르는 무거움과 우울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혼자 터벅터벅 교회 예배당에 가서 앉았다. 기도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앉아있는데 눈물이 났다. 그 어린 딸이 불쌍하여 자꾸 눈물이 나서 눈이 부었다.  그 어린 것이 아무 잘못도 없이 당한 상처와 고통 앞에서 내 눈물은 그저 나의 무거운 마음을 풀어주는,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이기적인 행동일 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가 어찌 이리 되었을까.

우리는 모두 공범자가 아닐까

많이 가진자가 덜 나누었기 때문에.

믿는자들이 자기 몫의 기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랑을 나누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운자가 그것을 자기만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이 세상은 점점 더 악해져 갈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된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더 좋은 세상이 될 수는 있는 걸까.

그 딸이 가난하지만, 큰 상처를 입었지만, 지금은 희망을 보기 어렵지만

오프라 윈프리같은 인물이 될 기대만큼은 가질 수 있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에게 있는게 무엇인지, 우리 필요를 위해 쓰고 남는게 무엇인지 살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주위에 사랑의 마음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무 불순물이 끼어들지 않은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그것을 행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은 곧 주위에 전파되고 이어져 갈 것이다.

 

나는 과연 답답한 이상주의자인걸까...

 

                                                                  - 나주 성폭행 사건에 부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