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즐거운책읽기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안동꿈 2012. 10. 10. 07:00

모처럼 오롯이 나의 것으로 주어진 10월 3일 공휴일.

나는 한 권의 책을 만났고 하루를 거기에 쏟았다.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았지만 그 모든 도전에도 전혀 요동치 않을 만큼 이 책은 강력했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쌓은 자신만의 독특한 잣대를 가지고 사람도 책도 판단하게 된다. 그것은 의지보다는 본능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가 없었다면 이 책도 대중의 환심을 살만한 제목의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의 책으로 여겨질 뻔했다.

 

 

 

그러나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삶의 철학의 근간이 되는 이 책의 제목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그가 살아낸 삶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늘 우리가 주인공인 삶을 산다. 또한 그렇게 교육을 받는다. 뭔가 되기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산다. 그러나 내가 뭔가 되는 것이 목표인 삶은 다른 사람을 경쟁자로 여기고, 나는 남들을 누르고 우뚝 솟아야 직성이 풀리는 삶이다. 그런 삶은 끊임없는 갈등의 삶이고 만족이 없는 삶이다. 주위에는 항상 우월한 자가 존재하며 성공한 자로서의 만족은 자신보다 우월한 대상이 있는한 느낄 수 없는 감정인 것이다.

 

우리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완성된 뭔가 되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고 그래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목표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에서 가치있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우리의 재능을 바치는 것이다. 그것이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가치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이 그의 삶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나의 언어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백지연씨가 그를 인터뷰하고 쓴 책이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우리는 가치있는 삶, 의미있는 삶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성취는 '행운'이었다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정말 많이 '받았다'고. 이런 생각으로 살아온 그는 "이 세계를 위한 나의 책임은 뭘까? 뭘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항상 지니고 살게 되었고,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

"내가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지구상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보자."

 

어린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혹은 가난과 병이 겹쳐서 속절없이 죽어가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의 질병과 가난은 우리 한두 사람이 도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 혹은 냉소적인 태도라면 '그래 상황은 정말 끔찍하군. 그러나 단 몇 사람이라도 구하기 시작해야지. 하다 보면 방법이 나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도덕적 선택은 그런 뜻이리라.

 

'온통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벗어나 그저 종이 위의 앎이 아닌 행동을 통해 전 인류를 위한 그 무엇을 하도록 학생들의 마음과 정신을 자극하고 교육하겠다.' 그가 다트머스대학 총장 취임사에서 밝힌 포부다.

 

'우리가 학교에서 정말 가르쳐야 하는 것은 과학이나 수학보다 '마음의 습관'이라는 것이죠. 자료를 보고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다트머스에서 4년동안 배운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움의 기술'이라는 겁니다. 과학과 기술은 워낙 빨리 발전하니까요.

'배움의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는 '끈질김'입니다. 끈질김은 정말 중요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체'능력입니다.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능력이죠.'

 

정말 위대한 과학자, 지성들은 한결같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거나 위대한 작가였다. 한 분야만 잘 아는 전문지식의 바보가 아닌 음악, 문학, 문화 등 융합과 통섭의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인재만이 문제를 바라보면서 다양한 관점을 적용해볼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되고, 사물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데 추론적 유연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창의력은 이런 탄탄한 실력 위에서 터져 나온다.

 

이 책을 몇 권 사야겠다.

그리고 '밥 한번 먹자' 했던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겠다.

우리의 지금 모습을 한 번 점검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