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1박2일 서울출장을 다녀왔다.
1년간의 사업성과보고회라는 이름으로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늘 그렇듯 부지런한 누군가가 나서서 KTX 표를 예매하고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자고 알려준다. 늘 수고의 댓가를 받기만 했는데, 문득 그 수고가 고맙게 느껴져 아침 일찍부터 도넛을 구워 챙겨가서 소풍가는 아이처럼 즐겁게 나눠먹었다.
예상보다 동행이 많아 여섯명이서 1박2일의 일정을 같이 했다. '사업 성과보고회'라는 것이 대부분 그동안 수고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취지여서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 헐렁한 일정이 기분 좋은 출장이었다.
첫날 저녁식사를 끝낸 시간이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라 여장을 풀고 말로만 듣던 동대문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여섯명이 같이 움직이기에 콜밴만한 것이 없었다.
부산 촌놈들의 머리 속에 담겨져 있는 동대문시장을 찾기에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콭밴이 동대문시장 한가운데 내려줬음에도 주변 상인들에게
" 동대문시장이 어디에요?"를 수차례 물었고,
" 여기가 모두 동대문시장이에요." 라는 한결같은 대답을 이상한 눈빛과 함께 들어야 했다.
그러나 동대문 시장에 옷값이 싸다던데 우리가 찾아간 'DOOTA'라는 곳은 엄청 비싸서 서울 사람 무색할 정도로 여섯명이서 강도높은 흥정을 하였음에도 한 친구가 외투 하나와 부츠 한 켤레를 사십만원에 구입하는 대모험을 하고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콜밴이 없어 지하철을 환승하고 칼바람을 맞으며 조금 걸어서 열시를 조금 넘겨 호텔에 도착했다.
아가씨는 아가씨와 아줌마는 아줌마와 우리끼리 방을 조정하였고 우리는 수학여행온 아이들처럼 재잘재잘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나와 다른 삶은 늘 거울이고 지혜다.
중년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늘 풍성한 지혜의 밭을 밟는 것 같아서 좋다.
'가족 그리고 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이 쏜 저녁식사 (0) | 2013.02.25 |
---|---|
아이들도 좋아하는 새콤달콤 도라지 무침 (0) | 2013.02.21 |
스무살의 아르바이트 (0) | 2013.01.12 |
눈!!! 부산에서 이 정도면 황홀하다. (0) | 2012.12.10 |
순천만, 늦가을 소리 (0) | 2012.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