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떡집 보다 김치집이 더 붐비는 명절 풍경

안동꿈 2014. 9. 7. 17:13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명절 음식하는 것, 닥치면 피곤한 줄 모르고 했었는데 이십여년 가까이 하고 보니 이젠 하기 전에 먼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모두들 그 마음이 비슷하여서 인지 요즘은 명절 음식을 많이 만들어서 팔고 있다. 

 

어제는 시장을 둘러보는데, 여러 종류의 명절 음식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나와 있었다. 우리는 제사를 지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꼭 정해진 음식을 해야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잘 진열된 명절 음식을 살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잘 하는 요리,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을 자유롭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 지어 서서 기다리는 것이 눈에 띈다. 궁금하여 물어보니, 김치를 사려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은 명절에 떡집에는 줄 서서 기다리지 않는데 김치집은 이렇게 줄을 서야 살 수 있다고 한다. 김치를 사 먹은 적이 없는 나는, 젊은 사람들이나 김치를 사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나이드신 어르신들도 많이 기다리고 있더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김치집은 맛있기로 소문이 나서 멀리서도 와서 사간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돈만 주면 간단하게 살 수 있는 일을 굳이 피곤한 명절 음식에 김치까지 보탤 일이 있겠나 싶어서 장장 한 시간여를 기다려서 사가지고 왔다.

 

김치를 사 먹는 일은 김치를 담아서 먹는 일 보다 마음은 삭막하다. 그러나 몸은 훨씬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