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어느 구의원의 눈물

안동꿈 2014. 10. 5. 20:01

지난 9월말, 의원들을 모시고 1박2일간 서울에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8월달에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우리구가 예방책 마련을 위하여 타 도시의 호우대비 시설들을 둘러보고 우리구에서 벤치마킹 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기 위한 것과 또 다른 문화 분야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첫날은 비가 많이 와서 일회용 우비를 마련하여 입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산을 오르기도 하며, 약속한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급히 이동하는 등 세 곳의 공식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먼 도시에서 자신들의 선진 행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는 의원들을 맞기 위해 공무원들이 참 많은 준비를 하였고 간부 공무원임에도 그 세세한 사항들을 숙지하여 의원들의  많은 질문에도 전혀 막힘없이 명확하게 답변하는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기도 했다. 

 

또한 첫 날 마지막 일정인 윤동주문학관 방문 일정 중 여러 면에서 감동이 있었다. 그날은 월요일이라 휴관일인데도 직원들이 우리를 맞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었고, 친절하고 상세한 직원의 설명과 따뜻하게 준비한 아메리카노... 그러나 더 큰 사건은 그 후에 있었다.

 

 

문학관에 전시된 윤동주시인의 친필 습작노트를 보며 윤동주시인의 일본 유학시절의 그 고통과 설움의 이야기를 직원을 통해 듣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옆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눈물을 훔치고 있으니 뒤에서 걸어오던 젊은 의원이 눈물을 철철 흘리고 있었다. 관람 일정을 다 마치고 나왔을 때  그 의원의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저녁식사후 숙소로 모여 앉아서 얘기를 나누던 중 다른 의원이 그 의원에게 왜 그렇게 오열하였느냐고 물었더니 '그 순수한 문학 청년이 약한 나라 백성으로 태어나 받은 설움과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한다. 

나는 그 눈물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윤동주, 그는 순수하게 솟구쳐 오르는 시에 대한 열정으로 시를 쓰면서도 '쉽게 씌어진 시' 에서는 죄책감으로 가슴 아파했다. 얼마나 순결한 마음인가. 그의 많은 시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순수한 문학과 예술에의 열정은 늘 나라 잃은 백성의 아픔과 죄책감이라는 수면에 걸려 절제되어야만 했던 것 같다.

 

나는 저녁 잠자리에서 눈을 감고 하루를 돌아보았다. 다시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의원의 눈물을 생각했다. 정치인의 눈물엔 더 깊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도 되지 않을까 라고...그에게 이 시대의, 그리고 이 지역의 아픔을 볼 수 있는 눈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