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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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리고 나

올해도 된장담기

안동꿈 2015. 4. 29. 07:00

시장에 갔다가 메주를 보고 반가워 덜컥 사다놓고, 날씨와 시간이 맞아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어영부영하다가 두 주나 지났다.

 

주말에 볕이 좋았다.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 메주 보따리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4년 전 처음으로 된장을 담았던 기록이 있다. 그때 긴장하며 만든 된장을 맛나게 3년여를 먹었다. 우리 큰 딸이 된장찌개를 무척 좋아하는데, 된장항아리에 그득한 된장이 차츰 줄어들면서 내 마음도 차츰 여유를 잃어갔다.

 

올 봄엔 꼭 된장을 담아야지 결심하고 좋은 메주를 구입하려고 이리저리 많이 궁리했었는데, 어느 날 자주 가는 재래시장에서 내 고향 인근 동네 이름을 들먹이며 메주의 태생을 얘기하는 가게 주인의 말에 마음이 동하여 덜컥 구입하고 말았다. 맛이야 몇 달이 지나봐야 아는 것이니, 속단은 아직 이른 일.

 

일단 옥상에 재료들을 죄다 올렸다.

단지는 씻어서 볕이 들게 눕혀 놓고, 메주도 씻어 채반에 받혀 올리고, 생수도 사다 올리고, 소금 자루도 갖다 놓았다. 계란도 하나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갔다. 

 

혹여 기억이 나지 않을까 싶어 핸드폰도 옆에 두고 4년전 된장 담았던 기록도 더듬어 보았다. 소금이 녹기를 기다리며 옥상 넘어 풍경도 담아 보았다.

 

계란이 오 백원짜리 동전을 만들기를 바라며 소금물에 던져 넣기를 스무번은 너머 하였을 것이다(초보 같이...) 그렇게 만들어진 소금물을 메주 넣은 항아리에 쏟아붓고 마무리하고 내려오니, 3시간을 훌쩍 넘겼다. 공정은 간단하나, 역시 된장 담기는 쉽게 상대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깨닫다.

 

메주항아리 행주로 훔치면서 장맛이 좋기를 기원하고, 붉은 노을을 등지고 장렬히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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