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이 끝난 후에 자신의 말을 해야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말처럼 그리 쉽지 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가끔 두 대화 당사자가 함께 지껄이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두 사람의 얘기를 아무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지껄인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얘기 도중에 끼어드는 사람만을 비난하게 된다. 그런데 간혹 우리는 끼어드는 사람을 변호할 수 밖에 없을 때도 있음을 알게 되는데, 상대방이 말을 끊어주지 않으면 말을 끝맺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줄 알고 끊임없이 했던 말을 반복하며 뱅글뱅글 제자리를 맴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모처럼의 말할 기회가 주어지면 끊임없이 얘기를 이어가며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수다스런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자주 모임을 가지는 친구나 동료들은 알게 된다. 누군가는 얘기할 때 그냥두면 계속하여 얘기하기 때문에 끼어들어 끊어줘야 한다는 것을. 그 과정에는 피치 못하게 함께 지껄이는 시간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최근에 얘기를 나눈 후에도 계속 여운이 남는 사람이 있다. 그는 직업적으로 상대방의 얘기를 통해 어떤 단서를 잡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상대방의 얘기를 세심하게 들어야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대화하는 내내 나의 횡설수설하는 얘기를 조용히 다 듣고 난후 잠시 호흡하고서 자신의 얘기를 시작한다. 그 얘기의 내용과 결론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와 대화 후에 내게 남아 있는 것은 매우 품격있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느낌이었다. 서로 말이 겹치는 순간이나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시장터 같은 상황은 전혀 없었다. 그것도 우리의 대화는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내세우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번갈아 가면서 서로의 의사를 주고받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화가 왜 그렇게 품격있는 대화로 여겨지는지는 나도 잘 알 수 없었다.
그 후 나는 이 일을 기억하기로 했다. 조금 더 품격있는 대화가 어떤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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