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의 제목이다. 여주인공이 인기절정의 남자 배우를 납치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오늘 아주 소박한 일로, 이 소설 제목이 생각났다.
업무상 출장 중이었다. 한 손에 서류 파일을 들고 주변을 둘러 보며 걷고 있었다. 바쁜 걸음의 중년 여성이 시장용 캐리어를 끌고 나를 스쳐 지나간다.
해는 아주머니 등을 따뜻이 비추고 있고, 다부진 체격은 살림고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저녁이 되기 전에 시장에 가서 저녁 찬거리를 사고, 가족들이 돌아오면 정성껏 준비한 따뜻한 밥상을 차려내는 일이 아주머니의 뒷모습에서 연상되면서, 나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행복해졌다.
그 일이 아주 소박하고 사소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나는 가질 수 없는 일이라서 소망해 마지않았다. 그 아주머니가 들른 야채가게에 나도 잠시 멈춰서서 구경하고 지나갔다. 살림고수는 요즘 무슨 반찬을 하나...
우리는 각각 따뜻하게 느끼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그것이 때론 자신이 가질 수 없거나 잃어버린 것일 때가 많다. 그리고 변함없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나를 내놓을 때인 것 같다. 세상살이가 쌓여가고 지혜를 맛보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성취하는가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지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내 삶을 내놓는 만큼 나도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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