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by 박정준

저자는 아마존에서 12년간 일하다 3년 전 독립하여 아마존의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나라는 작은 제자가 아마존이라는 희대의 스승 어깨 너머로 배운 가르침의 묶음이다.'라고 저자는 밝힌다.

평균 근속 1년 남짓인, 현지인들도 살아남기 힘든 아마존이라는 정글에서 한국인인 그가 12년간 근속하며 견뎌낸 아마존은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감동적이다. 그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 어렵고 힘들었던 아마존의 모든 경험들은 그의 피와 살이 되어 진정한 아마조니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예의나 복장, 어투, 태도보다는 능력과 다양성 그리고 인테그리티가 중시되는 사회였다. 한국어로 번역이 쉽지 않은 '인테그리티'는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사회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경우가 많았다. 원칙은 거창하지만 그걸 진짜 믿고 지키면 바보가 되는 사회였다. 그러나 아마존 사람들은 그 원칙을 정말 믿었고 그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이상하거나 유치한 행동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말과 행동의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아마존을 정의할 만한 몇 가지 사례들을 옮겨본다.

아마존의 모든 직원들은 도어 데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 직원들의 책상을 구입하러 갔다가 책상보다 문짝의 가격이 훨씬 싸서 문짝과 각목을 사서 책상으로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는, 이 도어 데스크는 아마존의 검소함의 상징이다.

아마존에서 해고자를 대하는 방식은 등줄기가 서늘할 정도다. 해고가 결정되면 그가 짐을 싸는 동안 사용하던 컴퓨터는 잠겨진다. 혹시라도 마음이 상해서 이상한 짓을 하거나 정보를 빼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해고일은 언제나 금요일이다. 다음 날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데이원 정신은 우리 인류가 인터넷 시대의 첫 날에 살고 있다고 믿으며 수 많은 새로운 혁신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아마존의 정신이다. 사람들이 닷컴 버블 사태를 보고 인터넷 혁명을 골드러시에 비유하기 시작할때 베조스 회장은 한 강연에서 19세기에 인류가 전기를 발명할 당시 전기는 어두운 집에 불빛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 우리 삶에 전기가 어떤 존재인가를 비교하면서, '우리는 정말 이른 인터넷 시대의 첫 날에 살고 있다.'고 이 데이원 정신을 강조했다.

아마존에서는 파워포인트를 쓰지 않는다. 간단히 강조할 포인트를 멋진 차트와 함께 슬라이드로 정리하여 발표자가 열정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회사 이미지를 아마존에서는 보기 힘들다. 그 대신 모든 내용이 글로 표현되는 6페이저, A4 용지 여섯 장짜리 내레이션식 문서가 있다. 6페이저는 발표자에게는 어렵고 청중에게는 편한 방식이다.

아마존에서는 '기술적 채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당장의 쉬운 방식으로 대충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이자가 붙어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애초에 시간을 들여 제대로 일을 해 놓으면 결과적으로 채무를 최소화하여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언론에도 많이 소개될 만큼 유명해진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을 소개해본다

1.  고객에 집착하라.             2.  주인의식을 가져라.             3.  발명하고 단순화하라.             4.  리더는 정확하고 옳아야 한다.             5.  배우고 호기심을 가져라.             6.  최고의 인재를 뽑아 육성하라.             7.  최고의 기준을 추구하라.             8.  크게 생각하라.             9.  신속하게 판단하고 실행하라.            10. 절약하라.            11. 신뢰를 구축하라.            12. 깊게 파고들어라.            13. 강골기질: 반대하되, 헌신하라.            14. 결과를 만들어내라.

원칙을 가진 회사들은 많지만 그 원칙을 사원 모두가 함께 믿고 공유하는 회사는 드물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은 회사 내에서 내려지는 결정들에 대해 마치 십계명과 같은 권위를 가진다.

저자는 운 좋게도 아마존이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목격할 수 있었고 그 길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성공과 성장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원칙을 지키고, 본질을 보고,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낭비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행동하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이 아마존 성장 원리들은 그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밖에 볼 수 없는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아마존 방식은 기업가나 리더뿐 아니라 모든이들에게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의 방식이고 원리들이다. 페이지마다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차서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 어느 것도 성공하기 위한 기술이나 기교나 방법이 아니라 바른 삶과 미래를 대비하는 가치와 원리들이다. 그런 것들은 훨씬 체득하기 힘든 법이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생존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그것이 진짜 성공이고 그것이 진정으로 가치있는 삶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