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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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책읽기

천년의 질문 1, 2, 3

안동꿈 2019. 12. 8. 21:15


사회의 각종 비리를 고발하는 열혈기자 장우진과 능력있는 사회학자이지만 대학시절 운동권 활동 전력으로 나이가 먹도록 시간강사인 고석민은 오늘도 침몰직전의 배 같은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현실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대 상대 출신 김태범은 재벌 성화그룹 사위로 간택되어 동기들의 부러움 속에 성화에 입성하게 된다. 그러나 처가 식구들의 외면과 무시 가운데서 성화 사장에 대한 야망은 이룰 수 없는 꿈임을 깨닫고 비자금리스트를 빼돌려 종적을 감추면서 장우진 기자에 게 이 사실을 흘린다. 성화그룹의 마수는 고교동창을 통해 장우진의 처를 돈으로 회유하지만 남편의 성격을 잘 아는 장우진의 처는 고민중에 마음을 접게 되고, 국회의원 윤현기에게 차기 선거자금을 약속하며 고향후배 고석민을 통해 장우진을 설득하라하지만 고석민 또한 그 자리에서 거절한다.

 

장우진은 김태범을 만나 성화그룹의 비자금을 만천하에 폭로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번번이 허탕치며 뒤늦게 김태범의 쇼임을 알게 된다. 한편, 성화그룹에 돈으로 회유당한 김태범의 매제 배상일이 김태범의 은신처를 알려주면서 성화그룹 비자금 건은 사건화되지 못한 채 김태범은 비자금리스트와 맞교환한 성화의 무기명채권도 이미 회수가 끝난 복사본임을 뒤늦게 알게 된다.


재벌이 부정적으로 모은 수조원의 비자금, 그 비자금 비호에 동참하는 정치인과 언론의 거대한 고리, 그리고 그 사이에 끼인 약하디 약한 개인, 유전무죄무전유죄 속에 병들어 가는 약자들오늘 대한민국의 가슴아픈 자화상이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책의 서문, 작가의 말이다.

 

재벌의 부정적 비자금 조성과 그 비리의 비호에 동원되는 모든 권력집단들, 그 부정과 악의 단단한 조직은 자기네들의 울타리를 더욱 견고하게 쌓아올리며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 지금 우리의 국가가 얼마나 무능력하게 국민 개개인이 국가가 맡을 몫까지 떠안아 궁핍하게 내팽개쳐져 있는지를 작가는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한 정의 실현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악이 창궐하지는 못하도록 울타리를 쳐줘야하는 것이 국가가 아닌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꿰뚫어 보고 있는 열혈기자 장우진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는 그 악의 거대한 벽에 맞서 온 몸으로 부딪치며 싸웠다. 그는 이 나라의 뿌리깊은 불의와 부패를 개선할 수 있는 희망은 오직 깨어있는 국민이라고 믿고 끊임없이 악을 고발하고 불의를 파헤치며 펜으로 외친다.

 

부정과 부패의 더럽고 추한 권력군단들의 행태 앞에 끝없이 절망하다가 장우진기자의 외침에 순간순간 희망을 붙들곤 하면서 마치 시소를 타듯 어질어질한 책읽기가 며칠을 이어졌다. 내 삶이 남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그저 순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했던 나의 생활신조는 과연 정의의 흐름에 합당한가. 그것이 오히려 부정한 권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정치에 무관심한 우매한 국민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 나는 아니었는가. 천년의 질문 한가운데서 나는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해야 했다.


누군가는 이 책을 계몽소설이라 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바닥인가. 그러나 그 면면을 따져보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정치에 관한한 무관심을 강요(?)당해왔던 나는 알려주는 자가 없었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무지의 소치일 뿐이었다. 가슴을 치며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에게 물었던 것은 '그러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였다. 작가는 너무도 잔인했다. 이 부도 직전의 국가에서 멀쩡하게 살고있는 우리 모두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작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다. 장우진은 병들고 썩어문드러져 있는 나라를 바꾸는데 1000만명이 매달 1000원씩 후원금을 내서 100개 시민단체를 만들면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하며 동료들과 혁명을 시작한다. 이 혁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