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겨울과 고등어

안동꿈 2020. 12. 14. 20:57

찬 기운 완연한 초겨울 저녁쯤 시장에 가면 싱싱한 재료들이 많다. 특히 생선가게에 미끈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고등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료다. 고등어가 누워있는 자태만 봐도 싱싱한지 아닌지 금방 알 수가 있다. 나는 싱싱한 고등어를 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소울푸드, 소울푸드...' 하는데, 나에게 고등어가 그런 것 같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안동에서 '간고등어' 가 지역 특산품이 되었다. 산간지역의 고만고만한 음식들 사이에서 고등어구이는 특별한 맛이다. 그 추억을 간직한 이들의 소망이 '안동간고등어'를 탄생시켰으리라.

 

해가 일찍 기우는 산동네엔 이른 저녁부터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소죽 끓이는 과업을 마친 아궁이마다 벌건 숯불이 대기중이다. 그 위에 올려지는 자반고등어는 귀하디 귀한 몸이다. 일찍 허기지는 겨울 저녁, 골목으로 새어나오는 고등어 구워지는 냄새는 참 향긋하다. 그 통통한 살점이 우리의 몫일 리는 없다.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 몫을 나누고 나면 고등어는 대부분 갈비(뼈)만 남는다. 어머니는 그 뼈를 숯불에 바삭하게 굽는다. 자식 중에 한 놈이라도 고등어 반열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시려는 듯 했다.

 

어언 오 십년을 넘기는 세월에 고등어 살점은 얼마나 먹을 수 있었는지, 바삭한 뼈구이만 먹었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매번 할아버지나 아버지께서 당신의 몫을 남겨 주었음은 분명한데...

이젠, 산골짝 사이 자리잡은 다정한 마을과 골목길, 지글지글 맛있는 자반고등어와 한상에 둘러 앉은 가족들. 그 작은 풍경화에서 소망 넘치는 삶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음을 돌아본다. 

 

오늘도 나는 시장에서 고등어 두 마리를 사서 하나는 구이용으로 하나는 찌개용으로 손질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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