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요즘 깜박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고 흥분하며 얘기하기를, 외출을 하면서 카드지갑을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버스를 타고보니 없더란다. 결국 창피를 당하고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고 한다.
쉰 중반이 되고보니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건 얘기거리도 못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런 일은 당연히 겪게되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는가. 그런 의구심이 들었고, 문득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성분과 역할에 대해 생각이 좀 길어졌다.
친구는 분명히 생각으로는 카드지갑을 외출가방에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행동은 하지 않은 것이다. 생각만 한것을 행동한 걸로 착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없이 한 행동은 어떤가. 집을 나서며 가스 밸브를 잠궜는지 기억이 안나서 다시 돌아왔을때 밸브가 잠겨져 있었던 적이 자주 있다.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오랜 익숙한 생활습관으로 마음을 들이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흘러가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는 수고를 빼버리고 행동하곤 한다. 사실 마음의 수고가 별 것 아닌것 같지만 많은 세월속에서 마음의 수고가 큰 무게였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마음도 함께 동참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계속하여 마음을 주지 않고 하는 행동들의 목록이 늘어갈수록 우리의 육체와 정신 사이에는 점점 더 거리가 생기고 말것이다. 그것은 우리 삶의 피폐함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몸이 나이들어 느려지고 둔하여질때 마음도 그 속도를 따라 함께 움직여 간다면 우리는 온전하게 나이들고 성숙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릴때는 몸과 마음이 빨리 성장했다면 이젠 느려졌다. 늙는 것도 성장의 한 방법이 아닐까. 몸의 속도가 느려지듯이 마음도 지금까지의 삶의 지혜들로 채워져서 많은 것들을 배려해 가면서 천천히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을 들여 함께 천천히 움직여 갈때 조화롭고 온전해지지 않을까.
매일 그저 육체의 생명을 연명해 가는 것이 삶이 아니라 마음에 쌓은 정신의 양식으로써 마지막까지육체와 정신이 조화롭게 성장해 간다는게 참다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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