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친정 조카 결혼식에 갔다가 어릴적 고향친구들과 연락이 닿았다.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살던 동네는 댐이 건설되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살수있도록 새고향을 옮겨 마련해 주었지만 우리집은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오게 되었다.
학교다니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키우며 정신없이 사느라 옛날 생각은 지우며 살았었다. 그후 세월이 지났으니 친구들도 전국에 다 흩어져 살고 있었다. 쉰을 넘기고 좀 여유가 생기니 연락 닿는 친구들 하나둘 불러들여 여남은 정도 단체 카톡에 모여있었다. 40년 만에 마주친 친구들은 그야마로 쉰을 넘긴 중년일 뿐이었다. 그 얼굴에서 숨은 그림 찾듯 어릴적 모습을 찾아내려 애썼다. 친구들 못습을 보면서 나도 그렇겠구나 돌아봐졌다.
그중에 한 남자 동기는 놀라운 성공을 이루고 있었다.자동차 영업을 하는 친구인데 세계 최고의 자동차 판매왕인 조 지라드의 판매기록을 넘기고 있었고 4년전에 유퀴즈에 나와 인터뷰한 영상을 통해 그 친구의 근황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어릴적 우리들중에 크게 영향력이 있던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놀라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중학생이던 시절 80년대 중반의 산골 마을은 아이들의 공부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스스로 걷고 움직일 나이가 되면 집안일이든 농사일이든 모두 자기 몫을 감당하곤 한다. 중학생 정도면 꽤 고급 일꾼이었다. 어쩌면 공부만 하게 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잠재능력을 다양하게 키우는 환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몸으로 또 마음으로 다각도로 우리는 단련되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친구의 성공이 부러움이기 보다는 어릴적 평범하던 그가 그 긴 시간들을 인내하면서 흔들림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왔을 삶에 그저 감동과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문득 어릴적 우리를 키운 고향의 바람과 개울과 산과 들, 계절들 그 모든 것들이 정겨워졌다.
친구들아 모두 보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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