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초등 6학년 우리집 딸 둘. 여태껏 아빠, 엄마와 함께 한 방에서 자왔다. 그렇게 된데는 아빠의 개똥철학이 크게 작용했다. 얼마 안 있으면 같이 있고 싶어도 못 있을텐데, 아이들과 부데끼며 같이 자는게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다나.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젊은 직장 동료들은 나를 무슨 미개인 보듯 쳐다본다. 그리고 예전에는 남녀만 구분하여 우루루 몰려 한 방에서 잠을 잔 세대인 아버님도 '야~야, 너거 아이들 이제 따로 재워야 되는거 아니냐' 하시니, 나는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주눅이 들곤 했다. 그리고 사실, 나도 우리가 하는 이 일에 확신을 못하는 부분은, 아이들을 떨어져 재우는 것도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영영 못 떨어져서 자는건 아닐까 하는 염려도 되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젠 아이들을 따로 재우자고 얘기하였고 남편도 동의하였다. 그런데 불쑥 따로 자라고 아이들을 내보내 놓으면 밤에 무섭거나 다투거나 하면 수시로 들락날락 거릴것 같아서 어떤 계기를 마련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3박4일 제주도 여름휴가를 가게되었고, 제주도 다녀오는 날부터 우리는 계속하여 따로 자기로 함께 약속을 했다.
제주도 다녀온 날 피곤하였지만 함께 약속한 일을 아이들은 군말없이 따라 주었고 신기할 정도로 바로 적응하여 지금까지 왔다. 우리 넷 중에 적응이 가장 어려운 사람은 아빠인 것 같다. 작은 딸을 떨어 뜨려 놓은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딸내미 잘 자나?' 잠을 뒤척이는 것 같다.
이번에 큰 딸 중간고사 기간중 위기는 있었다. 큰 딸이 시험을 앞두고 긴장한 탓인지 자꾸 가위에 눌린다는 것이다. '이제 중3인데 뭘 그러냐. 갈 길이 먼데 마음 편하게 먹어라'라고 했더니, 당연히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는데 그런단다. 그래서 내가 큰 딸 옆에서 좀 자준 적은 있다.
요즘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언제 뭘 해야하고 언제까지는 뭘 끝내야 한다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늘 우리를 지배하여, 그대로 되지 않을 땐 뭔가 크게 잘못하는 것 같고 혼자 바보같고 그리고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타고난 능력이 다르니 남들과 똑 같이 하게 하는게 오히려 잘못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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