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토요일에는 부모님이 오신다.

안동꿈 2009. 10. 15. 13:33

일주일중 내가 유일하게 바람빠진 타이어처럼 퍼질 수 있는 날은 토요일. 아이들과 남편 아침 챙겨 먹이고 각자의 갈 길로 보낸 후 집에 남은 나는 해야 할 일이 순서도 없이 마치 꽉 들어찬 만원버스처럼 하나씩 빠져나와 해결되어지길 기다리지만 나는 그런 것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마음가는대로 퍼져 있다.

 

그러다가 오전에 벨소리가 울리면 영락없이 아버님에게서 온 전화이다. '야~야, 어머니하고 오늘 아이들도 보고, 점심은 너거 집에서 먹을란다.' 그것을 기점으로 우리집 풍경과 나의 행동이 그 이전과 그 이후가 180도 달라진다. 갑자기 폭격 맞은 것처럼  온통 난리를 겪는다. 세수, 집안청소, 설겆이 등등을 순서도 없이 해대면서 머리속으로는 점심에 무슨 반찬을 할까 눈알이 팽팽 돌도록 머리를 굴려야 한다.

 

대충 메뉴가 정해지면 쌀부터 씻어서 밥솥에 앉혀놓고, 시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뛰어가서 계획했던 메뉴의 재료와 그외에도 눈에 들어오는 대로 좋은 것들을 구입해서 돌아온다.

 

부모님이 거의 격주로 들르시는데 행여나 다른 일정이 있으면 못 오실 수도 있기때문에 나는 전화가 오기전까지는 이렇게 태평을 부리고 있다. 갑자기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허둥지둥 할때는 짜증이 나기도 하여, 시장 바구니 들고 바삐 걸어가면서 '일주일 내내 쉴틈없이 바쁘게 생활하는데, 토요일은 좀 쉬게 두시지' 하는 원망스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바삐 움직이지 않을 수 없으니 시장을 보고는 돌아오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아니 마음이 정리 되어진다는 말이 더 맞을것 같다. '일주일 내내 우리는 바쁘게 움직이니까 못느끼지만, 부모님은 그 일주일이 얼마나 길까? 아들, 딸들, 손주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텐데 참고 기다리는 시간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힘이드실까? 그것도 참고 참다가 매주는 못오시고 일주일 걸러서 오시는데 그 시간을 또 얼마나 기다리실까.' 그런 생각이 드니까 원망대신 눈물이 핑 돌았다. 원망의 마음을 품는게 아닌데 참 못된 며느리다 하는 생각도 든다.

 

식탁을 마주하면 아버님은 대충 뜨시는데, 어머님은 얼마나 맛나게 드시는지 모른다. '니가 한건 다 맛있다' 하시면서 밥을 꼭 더 드신다. 마치 내가 시댁에 가면 다 맛있어서 꼭 폭식을 하는 것처럼, 주부들은 자기가 한 것보다 남이 한 밥을 더 맛있게 먹는다고 생각을 하는데,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식탁에서 하시는 아버님의 그 풍성한 축복기도는 그야말로 한편의 시다. 

눈물이 핑돌아 들키지 않으려고 기도가 끝나자마자, 얼른 일어서서 특별히 할 일도 없으면서 부엌으로 가곤한다.

아버님, 어머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