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지하철 밖으로 나오는데, 두 어깨와 양쪽 팔에 잔뜩 보따리를 든 정말로 나이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바로 앞에서 내린다. 그 곁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할머니 제가 좀 들어 드릴까요?'했더니, 아이구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 싫으신가 보다고 지나가는데, 한마디를 덧붙인다.
" 나는 남에게 피해를 줄만큼 나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걸 들고 나오지는 않아 "
" 네. "
하고 지나왔지만, 걸어가면서 그 말이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겉 모습으로 다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 할머니 그다지 경제적으로 여유로와 보이지도 않고, 교육을 많이 받은 것 같지도 않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 하나는 정말 멋들어지다고 생각했다.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 받은 이들도, 또한 교육에 많은 돈을 갖다 부은 이들이라 할지라도 이만한 확고한 신념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남들이 나를 더 도와주지 않는다고, 나만 왜 이렇게 힘드냐고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며 살며, 심지어 사회나 국가가 평등을 이루지 못하니 스스로 한다고 멋대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비도덕과 불법을 자행하는 이들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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