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후배의 고민과 해결

안동꿈 2009. 10. 29. 23:47

" 언니, 제가요 평소에 당직하는게 너무 싫고, 또 일요일에 걸릴까봐도 걱정이 되어서 지난 추석에 자원해서 당직을 했거든요. 그런데 한 달도 안되어 또 당직 명단에 들어있는거 있죠. 복무 담당자한테 전화를 했더니, 지난 추석에 당직한 걸 잊고 순서대로 당직을 짜버렸는데 지금 바꾸기는 어렵고 다음에 빼준다고 하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자기가 실수한거면 번거롭더라도 바로잡아야 하는거 아니에요."

 

평소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서 고민을 나누는 후배의 하소연이다. 참 난감하였다. 복무담당자가 다음에 빼준다고 하는걸 한사코 지금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그렇고, 6개월만에 한번 오는 당직을 6개월 후에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을 간단히 '참아라'고 대답해 주기엔 무심한 것 같기도 하였다. 잠시 고민하다가,

 

" 복무담당자면 우리가 평소에 생활하면서 부탁해야 할 일도 있을 수 있으니 무작정 고집부려서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나도 나이가 더 적을때는 지금 이 순간에 손해 보는 것만 눈에 보이고, 항상 현재 시점에서 나에게 플러스 상태가 되어야 억울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더해 지면서 지금은 내가 손해보는것 같은 것이 후에 보면 큰 이득으로 내게 남아있기도 하고, 나는 무심코 한 일이 나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도 있더라.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결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Let it be'라고 노래 하잖아."

 

"그게 좋겠지요"

하면서 우리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게 그저께 일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낮에 느닷없이 그 후배한테서 연락이 와서는 '언니, 정말 놀라워요.' 하면서 오늘 오전에 자기 옆 동료직원과 외근 나갈 일이 있어 자기 차를 몰고 함께 가는 길에 당직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그 동료가 대신 당직을 서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 추석에 그 동료와 함께 당직을 했었는데, 자기는 이번에 복무담당자의 실수로 당직을 또 하게됐고 당직할 순서도 아닌데 이렇게 당직하는게 너무 싫고 또 일요일이라 교회도 가야하는데 그것도 고민된다고 하였더니, 자기가 대신 해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당직비가 5만원이니 뭐 공짜겠냐마는. 선뜻 후배의 큰 고민을 해결해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

 

정말 좋아라하는 후배와 같이 '우리가 결정하기에 힘이 들지라도 다른 사람과 화평하려고 노력하였더니 이렇게 좋은 것으로 주신것 같다'라고 나누며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