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벽에 걸린 시가 나를 깜짝 놀래킨다.
내가 늘 여길 지나는 줄 알고 친구가 내게 하소연해 놓은 편지인 줄 착각할 정도.
이젠 친구 붙들고 투덜거리지 말고
같이 손잡고 강가에나 가야겠다.
거기서 각자 눈도 마주치지말고
강에다 털어놓고 오자 해야겠다.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천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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