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개그맨 전유성씨가 자기 아내와 집에 있을 땐 굳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둘 밖에 없어, 상대방이 부르면 자기 밖에 없으니 누구를 지칭하는지 헷갈릴 일이 없기 때문에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부른다는 것이다. 전유성 다운 발상이고,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 보면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 사회 생활에서 이름조차도 기억하는 일이 고마운 사람에게는 그게 가치가 있어도, 가족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한 예로 남편이나 남친의 휴대폰에 자기 아내 이름 석자나 여친 이름 석자로 저장되어 있으면 화내는 걸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우리 남편 폰에는 성까지 빼먹지 않은 내 이름 석자로 저장되어 있다는. 부창부수라고 내 폰에는 '남편'). 그래서 유명 연예인들 연애사에는 그 애칭이 무엇인지도 큰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우리집에는 딸내미 둘에게 요상한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그것도 한 두개가 아니라 굳이 숫자를 세어보면 각각 열 개도 넘을 것이다. 전유성씨처럼 아무거나 부를 수 없는 것이 둘만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큰 딸은 '현지', 작은 딸은 '현신' 인데, 큰 딸은 '현자야, 주로 자야'를 비롯하여, '현잠아, 현작아, 현똥아, 큰 새까이, 큰까이...' 작은 딸은 '현삼아, 삼아, 현삭아, 작은까이, 기분 좋으면 굼둥이(귀염둥이)'까지.
집에 손님들이 와 있을 때는 그런 문란한(?) 애칭을 부르지 못하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는 이름 부를 일은 거의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불리우는 것이 큰 딸은 '자야~', 작은 딸은 '삼아~' 이다.
아이들 이름을 이렇게 바꿔부르면서 어릴적 할아버지가 하나 있는 손자 이름만 기억하고 셋 밖에 안되는 손녀들 이름을 기억못하셔서 늘 '머식아' 하고 부르시던 일이 기억난다. 그러면 첫딸인 내가 항상 달려갔었다. 내가 6학년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심부름시키려고 부르시는 할아버지께 심부름 할만한 내가 늘 갈 수 밖에 없었다. 가끔 먹을 것도 주시고, 밥상 물리는 일(할아버지는 늘 밥상에 쌀밥과 좋은 반찬들을 조금씩 남겨두셨다. 그래서 밥상 물려와서 먼저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같은 좋은 일도 있어서, 늘 '머식아'하고 부르시면 즐겁게 달려갔었다.
요즘은 많아야 두 셋되는 자녀를 키우며,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심히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장난삼아 부르는 애칭이 가족들에게 긴장을 해소시켜 줄 것도 같고, 애정을 담아 전해줄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이렇게 부르는 것도 그리 오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할 수 없는 일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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