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남편 후배가족에게 주일저녁마다 식사 대접하게된 사연

안동꿈 2010. 1. 16. 16:34

얼마전 우리 교회에 함께 계시던 목사님중 한 분이 교회를 옮기게 되었고, 그 빈자리에 대구에 있는 남편 후배가 후임으로 오게 되었다. 그는 남편과 교재중에도 자주 보았고, 결혼식날에는 무슨 미련이 남는지 호텔까지 따라와 우리를 괴롭히던(?) 두 명의 후배중 하나였다. 그는 굉장히 호탕하고 성격이 좋아 주변의 사람들을 늘 편하게 해 주었다. 그 후 그가 결혼한 후에는 사는 지역도 달라 자주 못 보았고, 그의 아내는 8, 9년쯤 전에 잠깐 보았는데 영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몇 주전 교회에  인사를 하고 이사올 집은 구했으나, 아내가 다니던 직장에 2월말까지는 있으면서 마무리를 해야하므로 당장 이사를 올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주일 아침에 대구에서 출발하여 교회에 와서 종일 섬기고, 저녁 마치는 시간이 대 여섯시쯤 되니까, 대구까지 가려면 저녁을 먹여서 보내야 되었다.

 

나는 평소 털팔이 짓은 해도 성격이 털털하진 못하여, 남의 식구들이 우리집에 와서 식사하는 것을 좀 힘들어 한다. 웬만해선 남편과 손님은 따로 상을 차리고 함께 식탁을 같이 하지도 못하는 참 촌스러운 여인네다. 또 평소 우리 가족들이 식사하는대로 편하게 대접하면 되는데, 안동 사람들 특유의 손접대 문화가 내 속에 흐르는 건지, 우리는 못 먹어도 손님접대는 있는것 없는것 다 내어서 차려 드려야 대접한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에는 주일저녁에 대충 한끼 때웠는데, 후배가족들 식사 대접하려니 토요일부터 장을 보고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그렇게 몇 번을 대접하고 보니 마음에 부담도 되고 마음과 몸이 편하지 않으니 남편과 아이들에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공연히 짜증이 나려고 했다. 그래서 조용히 생각을 해 보았다. 후배 가족들은 초등 3학년이되는 큰 딸, 여섯살이되는 작은딸과 조용하고 예쁘고 착한 사모님. 사모님은 주일 낮에 예배후 우리 집에 머물면서 우리집 딸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나부대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느라 정말 좌불안석이다.

 

그래서 우리 큰딸이 하는 말

" 엄마. 그 집 식구들 우리집에 있어도 나는 괜찮은데, 아이들 엄마가 자꾸만 아이들에게 뭐라고 야단치니까, 우리가 미안해서 좀 그렇다 "

" 그러면 니가 사모님한테 우리는 정말 괜찮으니까, 아이들 놀게 그냥 두세요. 그래라 " 

 

그런 그림이 머리에 떠올려 지면서, 나야 몸이 조금 불편하면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의 집, 그것도 남편 선배 집에서 저녁까지 대접 받아야 하는 입장은 얼마나 불편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영원히 지속될 일이 아니고, 게으름 피우며 가족들에게 대충 한 끼 때우던 식사를 정성껏 챙겨 줄 수 있으니 잘 된 일이고, 무엇보다도 하나님 말씀에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고 했고, 그래서 이 일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손 대접하기를 힘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내가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오히려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