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가정에서 채워져야할 것 음식, 휴식, 격려

안동꿈 2010. 1. 20. 23:07

남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아침거리가 마땅치 않으면 게으름이 피워진다. 일단, 어제 퇴근길에 메뉴를 정하여 시장을 봐온날이 아니면 누운채로 냉동실에 어떤 재료들이 있으니 그걸로 무엇을 하면 되겠다. 또는 이것, 저것을 섞어 넣어서 뭔가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결정이 되어야 일어날 힘이 생긴다. 일어나서 이것저것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후 일어나면 초 스피드로 해치우는 편이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쌀 씻어 정수기물로 행궈서 큰 딸 세수용으로 받아두고 김치냉장고에 있는 찌개용 돼지고기 조금으로 김치찌개를, 비록 두부는 없지만 가능할 것이고, 시금치 다듬어논 것이 있으니 데쳐서 무치고, 김치와 양파 잘게 다져넣어 계란말이 해놓으면 애들 종일 먹겠다 싶었다. 7시 10분부터 8시 출근하기 전까지 50분동안 아침준비와 내 출근 준비를 모두 끝냈다. 이 스피드는 열일곱살부터 시작된 자취와 그후 한번도 살림을 놓을 기회를 못 얻은 살림고수(?)라야 가능할 터.

 

저녁에 돌아와 보니, 김치찌개는 냄비 바닥에 조금 남았고, 시금치는 한 젓가락정도 남았고, 게란말이는 흔적도 없다. 요즘 내가 늦게 오니 아빠랑 저녁까지 먹은 후였다. 어쨌든 잘 먹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은 퇴근길에 가자미 2마리, 오징어 2마리, 짜장재료까지 사와서 가족들에게 새로운 것들을 요리해줄 생각에 즐거워졌다.

 

언젠가 외국의 여성작가가 쓴 책에서 읽은 가정에서 채워져야 할 것 음식, 휴식, 격려라는 귀절이, 나와 가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 사람의 아내라면 아이들의 어머니라면 그들이 이룰 결과에 쏟을 관심을,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그 밑거름으로 인하여 맺을 좋은 열매들을 위해, 어머니와 가정으로부터 채워져야할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혹여 페미니스트적인 기질을 가진 자들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어머니는 주기만하고 누구로부터 채움받느냐고. 나의 대답은 아내와 어머니는 좋은 음식 못해주고 집안 어질러져있고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짜증내고 나면 자신이 먼저 고통을 느낀다. 그게 어머니다.

 

어머니는 맛난 음식 만드는 수고 후에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것으로 자신의 '음식'이 채워지고, 집안 청소하는 수고를 통하여 가족들이 편안히 휴식하는 행복한 모습을 보며 자신도 드디어 '휴식'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격려할 만한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에서 어머니는 벌써 격려를 받고, 그것을 말로 표현함으로써 드디어 가족들에게 격려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싶다. 

 

한 가정의 아내는 그리고 어머니는 그들의 수고가 사랑하는 가족을 생기있게 행복하게 살려내는 일의 키를 갖고 있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