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중 유일하게 책 읽는 시간은 출퇴근길 지하철안에서다. 마주보게 되어 있는 지하철 내부구조 상 할 일없이 고개들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게 되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피할 수 있는 단연 최고의 방법이 책읽기인 것 같다.
그런데 아차 바깥에 봄의 향연이 요란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 마당에 칙칙하게 책만 붙들고 있었다는 자각이 인건 며칠전. 여기가 어디쯤일까? 평소엔 굳이 고개를 들어보지 않고도 내릴 곳을 한번도 놓친 적이 없었지만, 그날은 신께서 자신이 베풀어놓은 이 봄의 향연을 왜 그냥 지나치느냐고 지팡이로 머리를 '통'하고 친듯 고개가 들어졌고 바깥 온천천에 펼쳐진 연분홍 향연은 그순간 가슴벅찬 감동이었다. 혼자서 벌떡 일어나 그 광경을 따라 몸도 마음도 움직였다. 그런데 감동은 아쉬움과 만날 때 배가되는건지 지하철 속도만큼이나 그 벚꽃 향연은 내 눈에서 사라져버렸고, 나는 어리석은 언행으로 첫사랑을 놓친 사람마냥 한참을 넋놓고 서있었다.
그 온천천의 벚꽃 향연을 잊지 못해 날마다 생각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처음부터 그 벚꽃을 볼 요량으로 자리에 앉지않고 서서 그곳을 지나기를 기다리는것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을 먹고 옆 동료와 카메라를 들고 사무실뒤의 온천천을 찾았다. 벚꽃 향연이 한참인 온천천 하류지역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마치 잔치집에서 떨어져 나온 객마냥 듬성등성 피어있는 벚꽃들, 벌써 꽃잎이 지고 있었다.
나는 벚꽃들이 가지가 미어지도록 피어있는 절정의 순간을 정말 사랑한다.아!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면 나는 아쉬워서 어쩌나...4월이 잔인한 이유가 하나 더 보태지는 건가.온천천 상류 벚꽃
온천천 상류 벚꽃
저녁 무렵 급기야 카메라를 들고, 지하철에서 가슴조리던 온천천하류 벚꽃동네를 찾아갔다. 역시 빽빽히 들어선 우람한 벚꽃 나무들이 풍성한 잔치집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주고 있었다.
온천천 하류 벚꽃
온천천 하류 벚꽃
온천천 하류 벚꽃
온천천 하류 벚꽃
온천천 하류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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