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은 이사를 하고도 한 달이나 전학가기 싫어서 이전 학교로 버스 통학을 하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피곤하여 곧장 잠이 들면서도 전학이 두려워서 자꾸 망설이다가 약속한대로 한 달만에 전학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힘들어 하는걸 보면서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낯선 환경을 만나고 적응하는 것이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 이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미리 맞춰논 교복을 챙겨 입고 새 학교에 엄마와 함께 간 첫 날 교감 선생님은 교복까지 맞춰입고 온 전학생을 기분 좋게 맞아 주셨다. 반이 정해지고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맞았다. 뒤에 들어 알게 되었지만 그 학교에서 TOP 3에 드는 미인이라고. 몇가지 행정적인 일을 끝내고 겨우 출근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를 마치고 이 딸내미가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 왔더란다. 그 이유는 옛날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 왜 친구들이 놀리드나, 친구들이 뭐라하드나, 무슨 일 있었나?" 걱정스러워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 부었지만,
" 아니. 친구들은 잘해준다"
학교다니는 동안 한번도 전학을 하지 않았던 나는 몹시 당황하였지만, 목사의 아들인 남편은 어릴때 여러번 경험한 전학을 바탕으로 딸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다음날 오후에 핸드폰이 울렸고, 남편은 딸이 또 펑펑 울면서 왔다고 딸을 바꿔준단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고 딸의 목소리를 기다렸는데,
" 헤헤헤 엄마, 오늘 새 친구랑 같이 집에 왔다 "
집에 돌아왔더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쉴새없이 재잘거린다.
" 엄마 엄마, '사회 선생님이 아이구 전학생 예쁘네, ○지혜선생님은 복도 많지 저렇게 예쁜 전학생도 오고', 그랬고, 기술가정 선생님은 '전학생 참 예쁘네, 우리반에 가자' 그랬데이..."
넷째 날인 오늘은 내가 먼저 궁금하여 오후에 전화를 하였더니 친구 여섯명이랑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온단다. 얼씨구 이거 과속아닌가? 학교에 빨리 적응하는 것도 과속이라고 할 수 있나?
오늘은 예전 친구중에 한 명도 전학을 가게 되었다면서 자기가 조언을 해줬단다 '처음에 학교에 가면 무조건 착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나참 웃음이 나왔다.
엄마는 언제나 적응이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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