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공무원 신규 임용장 부모님과 함께 받아

안동꿈 2010. 10. 1. 20:40

오늘 우리구에 신규 직원 15명이 임용장을 받았다. 그런데 예전과 달라진 모습은 부모님도 신규 임용장 교부에 참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공무원 임용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무척 어려워지면서(모든 취업의 문이 다 좁은 세태이긴 하다) 그 좁은 관문을 통과한 기쁨의 자리에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게시판에 올려진 신규 임용자들 15명의 풋풋한 모습에 웃음이 머금어 진다. 그들에게서 공무원 시험 공부로 찌들린 모습은 말끔히 벗어진 모습이다. 그러나 앞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일들이 그다지 깔끔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

 

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 나의 신규 시절이 생각났다. 꿈에 부풀어 출근한 동사무소. 매일 끊임없는 육체 노동을 요구하는 제증명 발급 업무. 도장을 찍는 곳은 왜 그리 많은지, 늘 줄 서서 기다리는 민원들, 기다리지 못하는 성질 급한 어르신의 삿대질과 호통소리...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스물넷의 앳된(?) 신규 여직원을 특별히 잘 돌볼 것을 챙긴 상사의 특별한 배려가 언니들의 시샘을 사서 왕따 아닌 왕따 처지가 되었던 것. 나는 한 달여를 매일 아침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받아줄 이도 없는 떼를 쓰며 출근 시위를 하였다. 이불 속에서도 시계는 꼬박꼬박 쳐다보며 최대한 빠른 교통수단(가령 택시)을 이용했을 때 지각하지 않을 그 긴박한 시간까지 눈물로 버티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자신을 추스를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그렇게 가녀린 이 직업의 끈을 놓지 않고 견뎌냈고 지금은 그 시절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다.

 

그때 함께 임용된 훤칠하게 생긴 남자 동기의 황당한 사표도 더불어 생각이 난다. 타 부서에 배치된 그는 함께 근무하던 아리따운 여직원을 사모하여 구애를 하면서, 받아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담보를 걸었다. 그 당시 애인이 있었던 여직원은 거절을 하였고 그 동기는 젊은 패기에, 선택은 그것 밖에 없노라고 사표를 던졌던 것이다.  

 

내 친구 사연도 있다. 내 블로그에도 등장했던 똑똑한 고등학교적 내 친구는 아이 키우겠다고 좋은 직장 사표내고 큰 애가 좀 큰 후 둘째를 기다려도 생기지 않아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여 수석으로 합격하였단다. 그때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둘째가 생겨 결국 임용받고 첫 출근날 아이를 위해서 사표를 던졌던 사연을 그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금 그의 생활을 둘러볼 때 그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여겨졌다.

 

어렵게 취업의 관문을 통과한 새내기들에게 예상밖의 난관들이 그들을 기다릴 수도 있다. 그 가녀린 끈을 끝까지 잡는 것이 옳은지 알 수 없으나, 엉뚱한 걸림돌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은 출발선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이 시간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 그리하여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통하여 후회가 적은 삶을 살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