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앞서가는 사람들의 1% 다른 것

안동꿈 2010. 9. 6. 20:41

그저께 부구청장님이 우리팀에 점심을 사주었다. 그래서 과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우리팀 직원들이 참석했다. 까맣게 먼 상사와 밥을 먹는 자리이니만큼 편한 자리는 아니다.

 

평직원인 우리는 먼 윗상사와 식사를 하게 될 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식사를 마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이런 기회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에 속하여 그런 자리에서 하는 식사는 경상도 말로 '언친다'는 부류다. 그런 식사자리의 산해진미보다 편한 사람과의 라면 한 그릇이 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싶다.

 

그런데 부구청장은 최근에 타구에서 부임하신 분으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아주 좋으신 분인데 헤어져 몹시 아쉬워하는 걸 들었다.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활 습관중의 일부를 얘기하는데 거부감 없이 새겨들을 이야기였다.

 

요즘 직원들 출퇴근할 때 독서나 외국어 공부들 많이 하지요. 나는 언제든지 출근때는 '오늘 하루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머리로 그려봅니다. 그리고 퇴근때는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했던가. 어떤 건 마무리가 덜 되었는가.' 정리를 합니다. 그거 겨우 1, 2분이면 끝나는 일이지요. 종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러면 허둥대지 않고 많은 일을 제때에 처리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학교다닐 때도 쉬는 시간에 잠깐 머리속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바로 전에 배운 내용을 잠깐 머리속으로 훝고, 다음 시간에 배울 과목은 지난 시간에 뭘 배웠더라 잠깐 생각합니다. 그것도 시간 안듭디다. 화장실 가는길에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머리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니 굳이 책을 안 찾아봐도 내용이 떠오르고 정리가 됩디다.

 

직장 생활중에 나는 월요일 휴가를 내어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중요한 일들을 늘 머리속에서 정리를 하면서 생활하니 그런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러니까 옆에서 늘 동료나 상사들이 자네는 늘 놀고 있는데 일은 빈틈없이 해내니 어쩐 일이냐고 묻습니다. 하하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예전에 엄마가 내게 하던 말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거들었다.

 

" 부구청장님 말씀들으니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엄마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릴때 같이 길을 갈 때였는데 '길을 걸을때 생각없이 걷지말고, 그 다음에 무얼 할지 생각하면서 걸어라' 라고요."

그랬더니 같이 있던 직원들이 '와~'하면서 놀라는 것이다. 글쎄 가난한 시골 아낙네가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놀랍다고 반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엄마의 그 말씀을 유일하게 실천하는 부분은 퇴근길에 바쁘게 걸으면서, 집에 가서 냉장고에 있는 무슨 재료로 무엇을 해서 저녁을 챙겨야 겠다. 혹은 별 재료가 생각이 안나면 슈퍼나 시장에 들러 재료를 사들고 가는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결론적으로 부구청장은 비록 많지 않은 그 나이에 최고 간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작은 좋은 습관을 늘 가지고 생활했기 때문이며, 남들과 구별되는 그 1% 좋은 습관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