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내 업무 보조를 하는 스물아홉살의 청년이 있다. 내가 현재부서로 발령 나고 며칠후 보조로 오게되었으니 거의 8개월 가까이 같이 지내온 셈이다.
처음왔을 땐 인상도 좋고, 맡겨진 일을 성실히 하려는 모습을 보고 자주 점심도 사주고, 집안 사정 얘기도 들으며 마음을 많이 나누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해이 해졌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좀 까다로운 작업을 시키면 인상부터 쓰고 급기야는, 내일까지 마무리해야할 까다로운 작업을 업무 마감쯤에 지시를 해 놓으면 영락없이 그다음날 아침에 몸이 좋지 않아 출근할 수 없단다. 나는 정해진 기한이 있으니 발을 동동구르며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밖에 없다.
또 답답한 일은 늘 출근시간 9시가 넘도록 나타나지 않아 전화를 하면 그때 일어났다면서 바로 달려가겠다고 한다. 집이 가까우니 10여분만에 헐레벌떡 사무실에 들어오는 모습은 세수도 안한 몰골이다. 그리고선 들어서자마자 책상도 열지않고 컴퓨터도 켜지 않은 채 커피부터 타러 간다. 그리고 주어진 업무만 간단히 처리한 후 틈만 나면 종일 인터넷을 뒤진다.
주변에 업무보조를 하는 아가씨들은 10분 혹은 20분 전이면 모두 제자리에 앉아서 업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누가 시집오겠냐고 묻고 싶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건 시도때도 없이 꾸벅꾸벅 존다. 내가 업무 지시를 하기위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도 스르르 눈을 감는다. 그러고선 다시 설명해달라고 한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내가 오죽 답답하여 '너 밤에 취직 시험공부하냐? 그래서 잠 못자냐?' 그러면 아니고 요새 더워서 잠을 설쳐서 그렇단다.
그래서 급기야 참았던 잔소리를 해댔다.
넌 이십대다 한참 혈기왕성 해야될 때 이렇게 비실거리면 어떡하냐. 그리고 정식으로 취직을 해야되잖아. 짬날때 쓸데없이 인터넷 뒤지지말고 공부해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면 시킬일도 줄인다. 쓸데없이 인터넷이나 뒤지니 안시킬일도 시키게 되는거야.
이 사십대 아줌마 하루 일과 들려줄까. 밤 11시 넘어서 잠들면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서 새벽기도 간다. 6시 다되어 집에와서 식구들 아침식사 준비하고, 고등학생 딸 아침 먹여 학교 보낸다. 그리고 내 출근준비하여 8시 조금넘으면 출근한다. 출근하여 업무시작전에 잠깐 취미생활 블로그도 하고, 출퇴근길에 책도 짬짬이 읽는다. 그래도 내가 낮에 졸드냐, 쌩쌩하다. 이봐라.
이제 나이들어 자식들도 크고보니, 남의 얘기 함부로 못한다. 우리 아이들인들 남의 맘에 드랴. 예전에 고생하며 크지 않은 기성세대가 어디 있으랴. 요즘 아이들 다 맘에 안든다. 그러나 가끔 충격을 좀 줘냐 정신을 차리지 싶어 내아이나 남의 아이나 잔소리를 해댄다. 아줌마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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