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우린 그리운 사람 앞에서 졸린 적이 있었던가.

안동꿈 2010. 11. 12. 12:54

밀리는 퇴근길. 좌석버스에서의 1시간은 늘 졸음에 겨웁다. 오늘도 나는 꾸벅꾸벅 졸다 깨어 정류장을 확인하곤 다시 잠들기를 반복한다. 그러던중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감미로운 노래가 화들짝 잠을 깨운다. 찬물만, 천둥소리만 잠을 깨우는게 아니었다.

 '~ 그리워 떠오르면 가슴만 아픈 사람...'

그리운 사람 앞에서 우리가 졸린 적이 있었던가. 그가 가족이든, 여고시절 친구든, 열일곱에 짝사랑 하던 사람이든, 꽃같던 시절 연인이든 누구에게나 가슴 시리게 그리운 사람은 있다. 그래서 '그리워 떠오르면 가슴만 아픈 사람'이라는 한 소절에 마치 그리운 사람을 만나기나 한 듯 나의 몸에서 졸음이 혼비백산 달아나 버린걸까.

 

가을은 짙은 갈색빛을 띠고서 지나간 시간속의 화려함을 추억하는 계절이다.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도  먼 산들도 갖가지 화려한 빛깔로 서 있지만 우리 마음은 그저 짙은 갈색 바바리를 입는다. 저마다 가슴속에 잔잔한 호수를 담고 지낸다. 그래서 붐비는 출퇴근길 번잡함 속에서도 한 소절 그리움의 노래는 우리 마음의 호수에 한 개의 조약돌로 던져지는가 보다.

 

버스에서 내리니 샛노란 은행잎들과 덩달아 떨어진 초록 이파리들과 누렇게 변한 매마른 낙엽들이 한데 몰려 쏘다니느라 바쁘다. 마음의 호수에 던져진 돌맹이로 인해 물결이 이는 날엔 거리에 쏘다니는 낙엽들도 즐겁고, 저 먼데서부터 번져오는 황혼도 설레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상쾌하다. 

 

바쁜 걸음으로 저녁상과 아이들 일로 분주한 마흔의 아줌마에게도 한소절 그리움의 노래로 인해 떠올리는 추억 한 조각, 마음 호수에 퍼지는 물결, 즐거운 흥얼거림이 어울어진 한바탕 축제의 시간은 있다. 가을엔 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