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초등학교때 릴레이 하던 생각으로는...

안동꿈 2010. 11. 8. 23:46

토요일, 직원 체육대회가 있었다. 여기는 직원들로부터 토요일 하루를 빌리는 일이(그것도 직원들을 위한 체육대회를 위해서) 참으로 어려운 일이어서 몇 달 전부터 직원들 의견을 수렴하여 언제 어떤 형식으로 개최할지를 정한다. 그나마도 의견을 수렴하면 대부분 전혀 개최를 하지 않기를 원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서 몇 해 그냥 지나간 적도 있었다. 올해는 사장(?)도 바뀌었고 주최측의 거의 통사정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겠지만 체육대회를 하면 선수 뽑는 일이 가장 큰 숙제이다. 자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정도이고 억지로 부탁을 하면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그나마 운동에 자신있는 사람은 마지못해 하는 정도이다. 아마 괜히 나섰다가 쓸데없는 비난을 듣기 싫어서일 것이다. 나는 몸으로 뛰는 일은 웬만하면 안빼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선수명단에는 늘 내 이름이 들어있다. 이번에는 아예 명단제출후 사후통보다. 릴레이 선수다. 가장 부담되는 종목이다.

 

개회사, 축사, 내빈 소개 등 화창한 가을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늘 그렇듯 지루하게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많은 시간을 들여 고심하며 선발한 선수명단은 간 곳이 없고 매 경기마다 눈에 띄는 직원들 불러내기 바쁘다. 원래 생겨먹은게 딴 짓을 못하는 나는 매번 끌려나간다. 무려 열댓개 종목에 서너개만 빼고 다 참가하였다.

 

마지막 릴레이 순서가 되었다. 이젠 다리에 힘도 풀리고 식후 졸음도 몰려와서 정말 뒷걸음치고 싶은데 기어코 끌려갔다. 한 팀이 남자 다섯, 여자 다섯하여 열명이 뛰는데 우리팀에서 내가 첫번째로 뛰게되었다. 초등학교때 릴레이 하던 전적만 믿고 늘 겁없이 나선다. 출발지점에 섰을 땐 평소와 다르게 몹시 떨렸다. 그런데 400미터중 100미터를 뛰었을까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스르르 넘어지고 말았다. 잔디위에 힘없이 넘어졌기때문에 다친 곳은 없지만, 나는 앞서 달리는 사람과 큰 차이가 나고 말았다. 그리고 내 뒤에 달리는 우리 팀은 계속하여 반 바퀴나 차이가 나고 있었다. 내 마음은 그 거리만큼이나 무거웠다. 그 뒤에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결국 우리 팀은 꼴찌를 겨우 면했다. 그러나 이 날 최종 승리팀은 우리 팀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마음의 짐을 풀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의 몸을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 무작정 몸을 사리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닌, 자신의 몸을 잘 알아서 대처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는걸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