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에 대한 독특한 기억은 초등학교 2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에서 전학온 키크고 예쁘고 똑똑하기까지한 여자친구에게 방학기간중 편지를 정성들여 써 보냈다. 그러나 답장도 없고 오히려 개학하여 학교에 갔더니 대뜸 나를 보고 편지봉투가 비뚤어지게 붙여져서 창피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도 몹시 부끄러웠지만 다시는 편지를 쓰지않겠다는둥 하는 불상사는 없어서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언급한 바와 같이 나의 글쓰기는 편지쓰기와 많이 연관되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학년을 마치고 전학을 가셔서 전학가신 학교로 편지를 보냈고 정이 많이 담긴 답장을 받으면서 편지쓰기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욕심을 내어 그 학교에 나와 같은학교 같은반 같은번호를 가진 익명의 아이에게 편지를 보냈고 답장을 받으며 펜팔을 이어가게되었고, 전학간 친구와 펜팔을 이어가기도 했고, 그학교 같은반 부반장(그 때 나도 학급 부반장이었으므로)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우물안 개구리 처럼 살던 나는 우리학교가 아닌 다른 초등학교 이름만 알게되면 무조건 편지를 썼고, 내가 보낸 편지에 답장을 보내주지 않은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연결되어 펜팔을 이어간 친구들은 10명이 넘었던 것 같다.
특히 기나긴 방학기간은 우체부 아저씨를 만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답장도 반갑지만 내가쓴 편지를 때맞춰 부쳐야 하기때문에 우체부 아저씨를 놓치고 나면 너무나 실망하곤 했다.
이렇게 나의 초등학교 시절 편지쓰기는 남들과 구별된 나의 독특한 경험이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나 친구들이 커서 뭐 될거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작가'라고 얘기했었다. 그건 내가 그 꿈을 이루든지 이루지 못하든지 그 꿈 자체만으로 내겐 대단한 자부심이었다. 글을 쓴다는건 남들보다 앞서가고 현명하기 때문에 남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인터넷 시대로 많은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글로 남기고 그 글을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읽게됨으로서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글들이 범람하게 되어 오히려 많이 배운 사람들의 교훈적인 글보다는 솔직하고 개성있는 글들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지식을 전달하거나 가르치려는 글보다는 나와 마음이 통하는 글을 다들 좋아한다.
나의 편지쓰기는 대학시절에도 쭉 이어졌다. 그땐 고향을 떠나왔으므로 고향친구와 스무살적 그 젊은날의 고뇌와 아픔들을 여과없이 주고 받았었다. 그러나 편지는 내가 쓴 수많은 글중 한 구절도 내가 간직할 수 없고 기억도 하지 못한다는 너무나 아쉬운 단점을 갖고 있었다. 그저 친구의 답장을 통해 내가 어떤 상황인지 짐작만 할 뿐이다.
편지와 함께 대학시절에 글로서 나를 지탱해준 것은 일기였다. 젊은날엔 왜 그토록 산다는 것이 고통스러웠을까? 마음이 복잡할 땐 무작정 쓰다보면 정리가 되곤 했었다. 그래서 대학4년간 끄적인 일기장은 나의 보물 1호인 셈이다.
나는 글쓰기를 특별히 배운적은 없다. 물론 기법을 배운다면 훨씬 거칠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세련된 글이 될 것 같은 생각은 든다. 하지만 난 투박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은 글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된다. 글쓰기는 많이 쓰는 것 만큼 큰 효과를 거둘수 있는 것이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최근 개설한 이 블로그가 내게 얼마나 큰 도움이고 즐거움인지 모른다. 나중에 돌아보면 얼굴 붉힐 조잡한 글들도 많이 있겠지만 아직은 부지런히 양을 늘려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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