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초등학교 때 동네 언니들이 노트에 곱게 베껴 적어 들고 다니던 저 싯귀가
그땐 값싼 연애시로 여겨져 마음을 두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제 겨울의 문턱에서 그 화려하던 잎은 떨어져 나무밑에 쌓여간다. 그 쌓인 낙엽을 보는 느낌이 사뭇 다른 건 나이 탓일까. 문득 그 낙엽 위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 싯귀가 마음 근처를 서성인다. 쌓인 낙엽, 그 낙엽 위를 걷고 싶은 마음, 마음 한 가운데에 자리한 이름짓지 못한 감흥들이 저 한 소절의 노래에 절묘하게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은 노래 같고, 여름은 영화가 생각나고, 가을은 시와 같고, 겨울은 동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든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블로그를 한 후 생긴 버릇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카메라만 생각이 난다는 것. 저거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우리는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통해서 멋진 풍경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들의 발품을 통해서 우리는 귀한 자료를 얻는다. 가끔씩 황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보잘 것 없는 몇 장의 사진을 올려본 경험으로는 귀한 광경을 기록으로 남기는 그것 자체로도 블로거는 거의 모든 만족감의 충족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그것을 찾아와 보아주고 감격하는 것은 덤이라는 것을... 내가 보잘 것 없는 사진을 올려서 그런 생각이 든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렵게 힘겹게 찾아가서 건져올린 자료는 그렇지 않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교회에서 우아한 자태를 맘껏 드러내고 있는 국화들. 나는 언제나 소국을 좋아했다. 화려한 대국 보다는 소박한 느낌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가을에 직접 길러서 선물로 받은 이 대국을 보면서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저 빛깔을 우리는 도저히 만들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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