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가족 그리고 나

학부모 특강 다녀와서 나는 냉장고부터 정리했다.

안동꿈 2011. 1. 24. 07:30

그저께는 직장 친구와 함께 학부모 초청 특강을 다녀왔다. 작은 딸이 참여하는 캠프의 프로그램중 하나였다. 선뜻 참여하겠다고 하였지만 복잡한 퇴근시간에 도심을 가로질러 반대편에 있는 대학까지 가야하니,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갈등이 많아졌다. 그동안 수없이 들은 자녀교육 이야기와 별 차이가 있겠느냐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삼십분 정도 늦어 뒷자리에 자리잡고 들은 첫 이야기는 '엄친아' 이야기였다. 강사는 청중들을 향해 자녀에게 엄친아 얘기를 한번도 한 적이 없는 분 손들어보라고 하였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다른 엄친아를 들먹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엄친아는 시도때도 없이 우리 아이들을 공격하게 되는 것 같다. 동창회나 친구모임 갔다오면 아이들은 엄마로부터 여지없이 엄친아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엄친아 중에서도 더 심각한 건 가족중에 그 엄친아가 있을 때라는 것이다. 누나는 어떤데, 형은 저런데...그런데 최악은 동생이 엄친아가 될 때라는 것이다. 청중들의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들린다. 아마 각자의 이야기였으리라.

 

누구나 그렇듯이 엄친아 얘기를 아이에게 하는 이유는 자극 좀 받으라는 것일텐데. 그러나 처음에는 자극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번 얘기하면 결코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 아이의 자존감만 팍팍 낮출 뿐이라고... 강사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된 냉장고를 보여주면서 아이는 엄마로부터 엄친아 얘기를 들을때, 엄마의 평소 생활을 그려보지 않겠느냐고, '엄마는 우리의 자존심 팍팍 죽이면서 하고 싶은대로 다 얘기하지만 엄마는 엄마의 할 일을 늘 착오없이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NO WAY.

 

우리의 관심이 아이에게 쏠린 만큼 우리의 주변은 허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눈을 자신에게 돌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정리한다면 오히려 아이와의 관계는 좋아질 것이고, 그로 인하여 아이들은 스스로를 살피고 무엇을 하여야 할지를 알게되고 실천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공식은 그렇다. 엄마와 자녀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이지 다른 무엇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강이 끝난 후 국내 유수 대학에 재학중인 멘토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엄마들의 긴 하소연에도 핵심을 짚어가며 대답도 잘한다. 어떤 멘토는 고2 겨울 방학부터 매일 2시간씩만 자고 죽어라 공부했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중학교 때는 다양한 체험과 추억을 통해 꿈을 정하도록 도와주지만 고등학교때는 열심히 공부한 추억외에 다른 추억은 만들지 말라고도 한다. 여러 파격적인 공부 경험들이 우리들을 놀라게 했지만, 친구도 나도 아마 대부분의 엄마라면 마음이 끌리는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이야기인 즉슨 엄마가 어릴때부터 다양하게 체험하도록 전폭적인 후원을 해 주셨는데, 그 중에도 자신은 로봇에 관심이 많았고, 여러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6학년에 꿈을 정하고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성실히 공부하여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그 나이에 벌써 엄마의 마음도 알고, 단 한 번의 어긋남도 없이 성실히 자기의 자리를 지켰고 최고의 대학을 가고 확실한 꿈을 향해 매진하고...

 

엄마들의 지나친 열성으로 질문은 끝이 없고 결국 우리는 앞뒤 다 잘라먹는 청중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머리에 남는 이야기는많았지만, 나는 냉장고 정리부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