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간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이제 월요일이 지나가는구나 라고 잠시 느끼는가 싶으면 벌써 일주일이 지나갔고, 월간계획을 내라는 서무의 독촉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 전이라니... 더 황당한 것은 마흔이 넘고부터는 해가 바뀌는 것도 숫제 무시되어서 누가 내 나이를 물으면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이러다가 어느날 거울앞에서 낯선 흰머리 소녀를 발견하고 기절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문득 하루의 경계를 정해놓은 것, 일주일이라는 경계가 주어진 것, 한 달 그리고 한 해를 구분하여 놓은 데는 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일저녁, 모든 일을 끝내고 이른 저녁까지 먹고 나면 나에게 조용한 시간이 주어진다. 괜스레 다이어리도 뒤적이고, 읽을 책도 이것저것 뒤적인다. 그러면서 초등학생 불량일기와도 같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직장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 저녁먹고 잤다...'의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그 일주일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함께 점심식사할 사람을 정한다. '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점심시간. 그 시간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우기 위해 격려하고 싶은 사람, 축하하고 싶은 사람, 오랜만에 보고싶은 사람, 아니면 위로받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새로운 사람을 정하여 밥을 먹으려면 또 하나의 일거리가 되겠지만, 일주일에 한 사람을 정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 되리라고 본다. 그 시간들이 모이면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잘 이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야 대부분 '우리 밥 한번 먹자' 이런 약속들에 의해 정해지고 자기가 밥 한번 사면 상대방이 사게 되고... 그 가벼운 일상의 반복들로 자연스럽게 우리의 하루하루는 엮어지지만, 그렇게 주어진 상황에 소극적으로 움직이다보면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자신도 모르게 소원해지는 경우도 생기리라고 본다. 그래서 이런 원칙이나 계획을 세워서 관리를 한다면 훨씬 규모있는 생활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가지
'시부모님께 일주일에 한번은 꼭 안부 전화를 드린다.'
이 결심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결심일 것이고, 또한 누가 들으면 괘씸한 며느리라고 흉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워낙 주변머리가 없고 변변찮은 며느리라서 안부전화를 잘 못한다. 차라리 용돈들고 찾아가는 편이 마음편하다. 그래서 이 못난 며느리를 위해 아버님과 어머님이 하루에 한번 이상 꼭 전화를 주신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고보니, 그래도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하는 안부전화가 참 그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러한 결심들은 특별한 시간이 들거나 노력이 필요한건 아닌데, 이러한 일들을 실천하고 난 일주일은 이전보다 훨씬 가치있는 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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