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 친구중에 유별난 친구 S가 있다. 그 친구 얘기는 우리 가족들에겐 좀 벅찬 스토리다.
며칠전 큰 딸이 친구와 학교 앞 분식집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평소 잘 시키지 않던 오천원 하는 '스페셜'이라는 것을 시켰는데, 큰 접시 가득 음식이 채워져 나오는 푸짐한 메뉴라는 것이다. 그때 지나가던 친구 S가 보고는
"이게 얼마짜린데 이렇게 푸짐하냐?"
"오천원하는 스페셜이라는 거다"
"어. 나는 며칠전에 같은 거 시켰는데, 이렇지 않았는데..."
"우리는 자주 오니까 아줌마가 많이 줬겠지"
"이럴수가..."
이리하여 S는 급기야 주인 아주머니에게 따지기를, '며칠전 오천원짜리 스페셜을 시켰는데, 이것보다 훨씬 음식이 적었다. 삼천원짜리를 준 것이 아니냐?'고 하여 결국 이천원을 돌려받는 초절정 아줌마 작렬을 날렸다고...
그리고 이 친구는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친구들이 자기 단짝 찾아간다고 대충 새치기 하는 것을 절대로 가만두지 않는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끄집어 내고 창피를 주는데, 내가 듣기로는 윤리적인 측면이 아니라 자기가 손해보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근성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저께 방학중 학교보충수업이 끝나고, 2학년 올라가기전 이틀이라는 마지막 자유시간이 큰 딸에게 생겼다. 친구 넷이서 경주월드로 놀러가기로 결정을 하고 동의도 얻었다. 거기엔 문제의 친구 S도 있었다.
그 친구의 용의주도한 준비로, 며칠전부터 경주월드 50%할인을 위한 은행 책크카드 발급, 각자 도시락 준비, 시외버스 할인을 위한 학생증 지참, 각자 먹을 간식은 집근처 할인점에서 몇 개씩 미리 구입하여 갈 것 등이었다. 그리고 자유이용권의 본전(?)을 뽑기위한 필수요건으로 아침일찍 아직 어둑어둑한 7시에 만나서 가는 것 등...
큰 딸의 사후보고에 의하면 자기와 다른 친구들은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갖고 갔고, 그 친구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갖고 왔단다. 점심은 모두 관람차 안에서 먹었다는 것이다. '관람차가 그렇게 빨리 끝나는줄 처음 느꼈다'고 한다.
알뜰하고 야무진 요즘 고딩들...
이 마흔의 기성세대 아줌마에겐 그들에게 맡길 우리의 미래와 경제가 염려되진 않은데, 어째 징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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